'롤코' 정경호, 초록머리 욕쟁이 한류스타가 되기까지[인터뷰]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10.16 16: 06

4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하는 배우 정경호는 걱정 반 설렘 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고민하기보다는 좋은 기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절친한 대학 선배이자 같은 소속사 식구인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의 개봉이 코앞이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부터 이어진 살인적인 홍보 스케줄, 방송에도 나가고 라디오도 출연하고 언론과 인터뷰도 하고 하정우와 따로 또 같이 '롤러코스터' 홍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인터뷰 내내 "잘 됐으면 좋겠다. 많은 관객들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아주 원초적이지만 절실한 바람의 말을 자주 반복했다. 
이번 영화는 그에게 여러모로 큰 의미다. 군 입대 전 출연한 영화 '거북이 달린다'(2009) 이후 오랜만의 영화이고 대학 선배이자 절친한 형인 하정우와 감독 대 배우로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지난해 전역 후 JTBC 드라마 '무정도시'로 신고식을 치르긴 했지만 스크린에서 영화 팬들을 만나는 건 분명 그와는 또 다른 설렘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욕쟁이 한류스타 마준규로 분한 정경호는 실감 나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았다. 특히 아이돌스러운 느낌의 스타일링을 위해 의상과 헤어에 많은 공을 들였다.
"작품에서는 초록색 머리로 나오지만 이 색깔을 고르기까지 빨강, 노랑, 핑크 등등 안 해본 색깔이 없었다. 먼저 최대한 밝게 탈색을 하고 그 위에 색깔을 덧바르는 건데, 하정우 형과 스태프 사이 초록색으로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촬영장에 갈 때 마다 탈색한 상태에서 초록색을 덧바르는 작업을 계속했다. 헤어 분장에만 평균 50분씩은 걸린 것 같다."
이어 의상도 깊은 고민의 산물이다. 누군가(스타일리스트) 완벽하게 세팅해준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화려하고도 독특한 아이돌 패션을 시도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던 정경호가 스타일리스트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 완성한 '마준규 패션'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욕 훈련'이 필요했다고.
"실제 나는 욕을 잘 안한다. 가끔 친구들하고 할 수는 있지만. 영화를 촬영하는 4개월 동안 하 감독님과 다른 (출연 배우)형들한테 욕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웃음) 남녀노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슨 욕을 하더라도 오히려 칭찬을 들었다. 지금은? 당연히 '욕 허가'는 해제됐다. 촬영 끝나고 욕을 했더니 분위기 안 좋아지더라.(웃음)"
그렇게 일본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바비 항공'의 비행기에 몸을 싣고 그는 이제껏 생각지도 못했던 캐릭터, 욕쟁이 한류스타 마준규가 됐다. 하정우 감독 이하 한성천, 김재화, 최규환, 김기천, 김병옥, 강신철 등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의 힘이 모아져 웃기고 기발하고 시~원한 고공비행코미디가 완성됐다.
데뷔 후 주로 훈훈하고 귀여운 귀공자 이미지의 역할을 연기했던 그로서는 파격 변신이라 할 만하다. 드라마 '무정도시'에서도 언더커버의 정체를 숨기고 조직의 중간 보스로 분했던 정경호는 지금, 색다른 도전과 파격적인 변신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나랑 정반대라고 생각하는 인물들을 고민하고 연기하는 게 재미가 좀 더 있더라. 드라마 '그대 웃어요', '허브' 속 역할이 가장 나랑 비슷하긴 한데. 그것도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영역을 넓혀서 다양한 역할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더라. 다음 작품에도 안 해본 역할,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그래서 악역도 좋고 처절한 멜로도 해보고 싶다고.
"완전 세고 엽기적인 악역은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악역도 해보고 싶다. 그간 악역은 거의 못해봤다. 아, 그리고 격정 멜로도.(웃음) 눈물 나는 멜로 연기도 이제는 해보고 싶다. 진지하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꽤 동안인 외모에다 귀엽고 훈훈한 이미지까지, 기존의 정경호를 지배하던(?) 이미지를 확 바꾸고 싶은 걸까.
"특별히 이미지를 변신하려고 의도하진 않았다. 공교롭게도 제대하고 나서 '무정도시'에다 이번 '롤러코스터'까지 예전에 하던 역할들과 많이 다르긴 했지만.. 뭐 굳이 이미지 변신하겠다거나 상남자로 어필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리고 동안이라는 평가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느낌.
"예전엔 좀 그런(어려보이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도 같은데, 지금은 동안 아니지 않나?(웃음) 요즘 내 얼굴은 그냥 딱 내 나이 31살 같아 보이는 것 같다. 동안에다 곱상하게 생겼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살아본 적은 없다. 특별히 작품이나 캐릭터에 제한을 받은 적도 없어서 내가 남다르게 동안이거나 한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영화 속 한류스타 말고, 현실에서 한류스타로 다가가는 길은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사실 작품에서 한류스타 역할을 또 언제 해보겠나"라는 그에게 "실제의 정경호도 한류스타로 발돋움하고 있지 않느냐"고 응수하니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친다.
"아무래도 젊은, 청춘의 한류스타는 이제 어렵지 않을까. 이제 31살인데... 그래도 노력해보겠다.(웃음)"
마지막으로 예비 관객들에게 하고픈 말은 이랬다.
"올 가을엔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다. 또 동시기에 코믹한 작품은 없더라. 사실 꽤 특이한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에서 가족이나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을 제외하면 감동 코드가 있는 코미디는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고.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정경호의 스크린 복귀작이란 사실 때문에 좋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많이들 보러 와 달라!
한편 '롤러코스터'는 욕쟁이 한류스타 마준규가 수상한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파파라치보다 무서운 탑승객과 승무원을 만나면서 발생하는 황당한 상황설정과 비행기가 추락 위기에 처하자 180도 달라지는 마준규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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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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