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성급한 타격이 두산의 마운드를 살려줬다. 체력적으로 우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서두르다 주도권을 내줬다.
LG는 지난 16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4로 패배했다. 첫 경기를 먼저 내주며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전반적으로 성급한 타격이 큰 도움 되지 못했고, 두산 마운드에 여유를 안겨주고 말았다. 단순한 1패 그 이상의 영향력을 미칠지도 모른다.
1차전에서 LG는 초반부터 공격적인 타격을 했다. 박용택이 1회 2구 만에 우전 안타를 치고나간 뒤 이병규(7번)가 노경은의 초구를 밀어쳐 좌월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세가 좋았다. 그러나 대부분 타자들이 볼카운트 싸움을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렸다.
1회 2사 1루에서 김용의가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된 후 3회 무사 1·2루 찬스에서는 이진영이 노경은의 초구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직구를 어정쩡하게 당겨치다 2루수 앞 병살타를 때리며 흐름을 끊었다. 계속된 2사 3루에서 정성훈도 노경은의 초구 포크볼을 잡아당겨 3루 땅볼로 쉽게 물러났다.
노경은은 무사 1·2루 절대 위기에서 공 2개로 이닝을 끝내며 실점없이 막았다. 4회에도 윤요섭이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5차례 초구 타격에서 안타는 1회 이병규의 홈런이 전부였다. 9이닝 동안 LG 타자들의 풀카운트 승부는 3번밖에 없었다. 두산의 5번 풀카운트 승부와 비교된다.
노경은은 6이닝을 88개의 공으로 끝내며 효율적으로 던졌다. 이날 경기 후 노경은은 "LG 타자들이 적극적이었다. 원바운드로 던질 포크볼에 커브까지 대부분 그냥 치라고 (스트라이크 존으로) 넣었다"고 말했다. LG 타자들의 적극적인 공격을 맞혀잡는 피칭으로 역이용한 것이다. 노경은은 초반 흔들렸지만 결국 무너지지 않았다.
LG의 적극적인 타격은 두산의 마운드를 살리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치르며 무려 54이닝을 소화한 두산 마운드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만약 노경은이 조기에 무너졌다면 1차전부터 흐름을 완전히 빼앗길 수 있었다. 하지만 LG 타자들은 볼에도 배트가 나가는 등 너무도 성급했다.
두산은 두 번째 투수로 나와 3이닝을 노히트로 막은 홍상삼도 투구수가 33개에 불과했다. LG는 7회 이후에도 3구 이내 타격이 5번 있었다. 특히 7회 1사 1루에서 홍상삼이 흔들리고 있을 때 손주인이 홍상삼의 3구째 낮은 직구를 잡아당겨 유격수 병살타로 이어진 게 치명타였다. 지친 두산 마운드에 힘을 비축하게 한 1차전이었다는 점에서 LG에 더욱 뼈아픈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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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