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이윤건 “수염 덕분에 ‘스캔들’ 캐스팅, 덕 좀 봤죠”[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10.27 09: 17

배우 송강호, 백윤식, 이정재, 김혜수, 조정석 그리고 이종석까지. 그야말로 눈부신 캐스팅을 자랑한 영화 ‘관상’에서 조상용이라는 인물을 기억하는가. 극 중 내경(송강호 분)을 김종서(백윤식 분)에게 소개하며 모든 일의 시작을 만든 바로 그 인물 말이다.
조상용이라는 인물이 영화에서 그리 많은 분량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주인공들 못지 않은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의 묵직한 목소리와 능청스러운 연기 때문일 것이다. 집으로 가겠다는 내경의 뒤에서 “김종서 대감을 마다하는 이도 있다니. 이상하군”이라며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으니 말이다.

이 맛깔 나는 연기의 소유자는 벌써 20년째 배우 생활을 해오고 있는 배우 이윤건. 이윤건이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이번 ‘관상’을 시작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원래 본명은 이찬영. 이찬영이라는 이름이 배우로서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름을 바꾸게 됐다며 ‘관상’의 흥행과 맞물려 무언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그는 싱글벙글 웃어보였다.
“’관상’을 하면서 이름을 바꿨어요. 개명까진 아니고 예명을 사용하게 된 거죠. 원래 이름은 이찬영인데 사실 배우 이름으론 약한 것 같아요. 기억에 남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관상’을 하게 되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지며 예명을 사용하게 됐죠. 유명한 작명소에 찾아가서 받은 이름이에요(웃음). 윤택할 윤자에 세울 건자. 경제적으로 윤택해질까요(웃음)? 송강호한테도 예명을 말했더니 이름 바꾸고 잘 된 친구가 있다고 응원을 해줬어요.”
이 배우,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영화 ‘스캔들’에 나온 배우다. ‘스캔들’의 유명한 카피, “통하였느냐”를 말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스캔들’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수염 덕분에 ‘스캔들’에 캐스팅 될 수 있었다며 재밌는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줬다. 그리고 ‘관상’ 속 수염 역시 분장이 아닌 본인의 수염이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수염 때문에 ‘스캔들’에 캐스팅 됐어요. ‘스캔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저는 그때까지 ‘스캔들’ 감독님을 뵌 적이 없었거든요. 얼굴을 모르고 오디션을 보러 간거죠. 오디션 보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탔는데 그 안에 예쁘장한 남자분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그 분이 저를 계속 보는 거에요. 알고 보니까 감독님이더라고요. 감독님이 나중에 말씀해줬는데 그 때 제 수염을 보고 깜짝 놀랐대요. 제가 그 때 수염을 장비 수염처럼 길렀는데 당시 감독님이 저를 딱 보는 순간 조선시대 인물이 걸어오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관객들은 자칫 이윤건을 ‘관상’에서 못 볼 뻔 했다. 첫 촬영에 큰 부상을 당하며 역할을 놓칠 뻔한 아찔한 순간이 그에게 찾아왔던 것. 말에서 떨어지며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던 그는 당시 순간을 떠올리며 아팠던 것보다 역할을 놓칠까 그게 더 걱정이었단다. 그리고 배우로서 훈장을 하나 달게 된 것 같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요. 첫 촬영을 갔는데 말에서 떨어지면서 말에 밟혀서 미간이 찢어지고 코뼈가 부러졌어요. 그때 든 생각은 ‘큰일났다’였죠. 아픈 것보단 ‘관상’을 못 할까 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날은 바로 응급실 가서 치료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한테 촬영장에 빨리 복귀해야 한다고 수술 날짜를 최대한 빨리 잡아달라고 졸랐죠. 다행이 배려를 해주셔서 빨리 수술하고 2주 동안 집에서 꼼짝 안하고 있었어요. 덧날까봐요(웃음). 배우로서 훈장을 얻은 게 아닐까 싶어요. 배우는 몸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데 작품을 하면서 흔적을 남기게 된 거잖아요. 그게 저에겐 훈장 같아요. 그리고 관상도 바뀌지 않았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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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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