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제작소] 조영철 프로듀서 "아이유가 변한만큼 음악도 변해야했다"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11.02 11: 23

대중의 기호는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변화를 원하는 것 같으면서도, 익숙한 무언가를 찾는다. 모험을 해도 대중이 좋아하던 그 무엇은 남겨둬야 하고, 흥행공식을 따르면서도 신선하게 보여야 한다.
이달 초 컴백한 아이유는 이 난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가 될 것 같다. 어느새 당연하게 따라붙은 '국민 여동생' 타이틀. 그 '국민 여동생'에 걸맞는 음악을 원하는 대중과 이제 '여동생'은 아니지 않느냐는 시선 사이에서 어떤 노선을 택하느냐는 가요계에서 꽤 큰 관심사였다.
이번주 활동을 마감하는 상황에서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이유는 줄타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스윙 재즈를 가져와 기존 '율동'을 벗어나면서도 특유의 밝은 기운은 유지했다. 이번 앨범을 진두지휘한 조영철 프로듀서는 '국민 여동생'에 대해 "독이 든 성배"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평범한 보컬그룹이었던 브라운아이드걸스에게 섹시 성인돌 콘셉트를 부여하고, 가인을 통해 최초로 여성의 성을 (최대한) 직설적으로 다루고, 노래 잘하는 어린 가수였던 아이유에게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는 귀여운 아티스트 느낌을 넣어준 조영철 프로듀서를 만났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새 레이블 로엔트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로엔트리의 첫 작품이었던 아이유 3집 '모던 타임즈'를 마치고 다음 히스토리와 가인의 새 앨범 작업에 한창이었다.
# 아이유, 지분이 늘었다
OSEN(이하 O) - 아이유가 음원 1위는 물론이고 줄세우기까지 상당한 성적을 냈는데, 결과는 만족하세요?
조영철(이하 J) - 줄세우기는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긴 해요. 어떻게 보면 수록곡들은 사람들이 듣기에 조금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수록곡들이 조금이라도 더 들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수록곡 사전 홍보에 노력을 했는데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O - 이번 앨범이 로엔트리의 첫 작품이었죠? 로엔도 이제 레이블 사업을 본격화하는 건가요.
J - 유니버셜이나 소니 같이 레이블을 산하에 두는 그림을 그리고 있죠. 방향성은 예전부터 있었고요. 이제 틀을 갖췄으니, 이제 레이블별로 어떤 색깔을 낼 것이냐 하는 부분이 과제로 남았죠.
O - 요즘 가요계에 레이블이 화두이기도 한데, 그런 그림이 더 효과적일 거라 보시는 거죠.
J - 단일 레이블로는 확장에 한계가 있죠. 한 레이블에서 여러 팀이 활동하기 어렵잖아요. 이제 음반 시장에 대자본이 들어왔고, 기존 메이저 회사가 대자본이 됐고, 아무래도 규모의 경쟁이 벌어지니까 그 영향도 있겠죠. 미국이나 일본 형식의 레이블이 없었는데 이제 첫 걸음 정도가 되겠네요.
O - 로엔트리는 피디님의 손을 거치게 되는 건데, 묘하게 야한 색깔이 나올 거 같아요.(웃음)
J - 왜죠.(웃음) 아무래도 대중가요는 80% 이상이 연애 감정을 그리게 되는데, 그게 모두 아가페적일 순 없는 거니까. 연애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건 있죠.
O - 브아걸처럼, 전혀 그렇지 않던 가수를 야릇하게(웃음) 바꾼 전례도 있으시잖아요.
J - 다 그 가수의 내면에 있던 것들이죠. 섹슈얼한 것, 성에 대한 담론을 피하진 않아요. 필요하다면 해야죠.
O - 사실 그래서 아이유의 섹시 변신 가능성도 화제가 됐었죠. 이번 앨범은 어떻게 기획되고 준비된 건가요.
J - 작업은 올해 초부터 시작했고요. 구상을 한 건 작년이었어요. 영화 '아티스트'와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 그 시대에 흠뻑 빠진 거예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 저런 고전적인 영화에 어울리는 음악이라면 어떨까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모던 타임즈'도 한번 더 봤고, 1920~1930년대 유행했던 스윙, 재즈에도 주목하게 됐죠.
O - 그게 아이유에게 연결이 됐군요.
J - 아이유랑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아티스트'의 여주인공을 보면서 아이유가 떠올랐거든요.
O - 앨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J - 어떤 분들한테 곡을 의뢰하면 될까 고민하던 차에 박주원의 '슬픔의 피에스타'를 듣게 됐어요. 정말 좋은 거예요. 제가 원래 남미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O - 가인의 '돌이킬 수 없는'도 탱고 기반이었죠? 남미 음악의 매력은 뭔가요.
J - 뭔가 세련되면서도 통속적인 느낌이 있어요. 우연히 듣게 된 박주원의 음악도 매력이 있었죠. 그래서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더니, 마침 아이유를 좋아해주셔서 두 곡을 주셨어요. '을의 연애'와 '아이야 나랑 걷자'가 바로 그 곡이죠. 사실 '아이야 나랑 걷자'에 최백호 선생님이 참여해주신 걸 보고 많은 분들이 의도적인 기획 아니었냐고 하시는데, 그런 건 아니었어요. 박주원씨가 친분이 있어서 추천을 하신 거죠. 마침 아이유도 '낭만에 대하여'를 부른 적이 있고, 그 인연으로 최백호 선생님의 공연에 초대돼 간 적도 있고요. 양희은 선생님도 최갑원 프로듀서의 추천으로 자연스럽게 성사된 것이었어요. 처음부터 어떤 전략으로 접근한 건 아니었죠.
O - 신구 피처링진이 절묘하긴 했어요. 샤이니의 종현이 참여한 '우울시계'도 있었잖아요. 가인도 참여했고.
J - 그것도 정말 의도된 게 아니었어요. 사실 저 혼자 생각으로는 이하이와 해보고 싶었는데요. 아이유가 "가인 언니와 해보고 싶다"고 하던 차에 마침 가인도 노래를 들어보고 오케이 해서 성사됐죠. 종현의 '우울시계'는 아예 계획에 없던 곡이었죠.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데, 어느 날 종현이 자기가 만들었다고 노래를 들려줬대요. 그런데 아이유가 맘에 들어서 자기한테 달라고 한 거죠. 저한테 종현의 곡이라며 들어봐달라고 하는데, 사실 걱정도 좀 했죠. 앨범에 넣어달라고 우기면 어쩌지? 하고.(웃음) 그렇게 노래를 들어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아이유 또래의 감정이 정말 잘 들어가있는 거예요. 그래서 종현만 괜찮다고 하면 넣어보자고 했죠.
O - 아이유가 A&R 역할까지 한 셈이군요.
J - 앨범 참여 지분이 점차 커지고 있어요.
O - 타이틀곡 '분홍신'은 제 예상과는 좀 달랐어요. 보다 많이 바뀔 줄 알았거든요.
J - 무엇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의견이 나뉘더라고요. 사비를 보시는 분들은 기존 아이유 노래의 연장선상으로 보시고, 편곡이나 구성을 중시하는 분들은 많이 바뀌었다고 보시는 것 같아요.
O - 전, 전형적으로 멜로디만 듣는 스타일이라.(웃음) 실제 모험과 기존 공식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영리한 작전이었다는 평도 있는데요.
J - 기존 아이유가 리스너들의 귀를 잡았던 멜로디컬한 느낌의 사비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다른 느낌의 편곡과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의 지점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당연히 타이틀곡은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여야 하니까, 정통 재즈를 할 순 없었죠. 장르적 난해함을 주지 않으면서 아이유의 보컬을 살릴 수 있는 느낌이 중요했어요.
O - 사실 섹시 변신도 기대했었는데요.
J - 전체적으론 성숙하고 여성미가 있는 느낌을 콘셉트로 잡긴 했어요. 이제 아이유가 변했거든요. 18살의 아이유와 21살의 아이유는, 모두 다르잖아요. 외형도 많이 달라지죠.
O - 그랬나요.(웃음)
J - 그럼요.(웃음) 내면도 달라졌고요. 달라진 걸 반영해야 되는 거잖아요. 아이유한테도 그런 말을 많이 했어요. 21살이 돼서 너도 많이 바뀌었는데 예전에 마냥 귀엽기기만 한 아이유를 붙잡고 있기 보다는 '나 이렇게 변했어'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요. 그래서 꼭 섹시하자는 건 아닌데, '입술 사이'라는 곡만 들어봐도, 예전에 없던 고혹적 느낌이 나더라고요.
O - 전 '을의 연애'에서 느꼈어요. 나 연애 좀 해봤어, 하는 느낌? 1번 트랙이라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던데요.
J - 글쎄요. 지난번 음반과는 달라졌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곡이긴 했어요.
O - '분홍신'의 테마는 어떻게 나왔나요.
J - 곡이 나오기 전에 분홍신이라는 테마가 먼저 나왔어요. 김이나 작사가의 아이디어였죠. 운명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내가 분홍신이라는 걸 택했으나, 그 운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그래서 그 테마가 곡에도 치밀하게 들어갔어요. 1절 사비 뒷부분은 메이저, 2절 뒷부분은 마이너였죠.
O - 그게 어떤 의미죠?(웃음)
J - 1절에는 분홍신을 신고 즐겁게 춤추는 느낌이죠. 그러다 2절에선 '엇, 이제 춤이 안멈춰지네' 깨닫죠. 왜 안멈춰질까 하는 기괴한 느낌을 넣고, 엔딩에서 점점 빨라져요. 신발이 안멈춰지는 거죠. 복잡하게 들린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분홍신 테마에 맞춘 거였어요. 원래는 발목을 자르며 끝나는 잔혹동화라, 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위에선 아이유가 사라지는 마술도 넣었고요.
# 국민 여동생은 독이 든 성배
O - 흔히 귀여운 가수는 수명이 짧다고들 하잖아요. 아이유는 대표적인 '국민 여동생' 스타일인데, 이번 앨범으로 장수의 길을 찾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J -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은 독이 든 성배 같아요. 사실은 회사나 가수가 의도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메커니즘으로 그 타이틀을 갖게 되는진 모르겠으나, 그걸 갖는 순간 성격, 실력, 태도, 음악, 예능 모두 터무니 없는 기대를 받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에 상응하는 인기를 얻기 때문에 책임은 져야하죠. 그래서 딜레마인 것 같아요. 당연히 오래 못가죠. 사람이 어떻게 완벽해요. 어디 가서 피곤한 표정만 지어도 논란이 되니까.
O - 정색 논란!(웃음)
J - 그게 스포츠스타가 될 수도 있고 연기자가 될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자기가 하고자 하는 본질이 훌륭하면 '국민 여동생'이라는 환상이 깨진 후에도 갈 수 있는 거 같아요. 아이유도 자기 감성, 자기 나이에 맞는 싱어송라이터로 발전하도록 해야겠죠. 뮤지션은 '자기 새끼'가 있어야 해요. 대중이나 미디어가 원하는 걸 충족시켜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세계를 표출하는 사람이 뮤지션이죠. 그런 방향으로 갈 거 같아요.
O - 가인의 행보도 흥미로워요. 흔히 말하는 섹시 스타의 하드웨어는 아닌데, 섹시 가수 대열에 들어갔잖아요.
J - 가인은 고등학생 때부터 봤는데, 사실 당시에만 해도 브아걸은 젊은 빅마마 콘셉트였죠. 그런데 가인의 매력은 팬들이 먼저 캐치했어요. 온라인에 그 어린 가인을 두고 성적 매력을 언급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거예요. 저야 처음엔 '왜 저러지' 했는데, 이후에 브아걸이 퍼포먼스에 돌입하니까 저도 놀랄만한 끼가 발산되는 거예요. 팬들의 눈이 정말 정확했죠.(웃음)
O - '피어나'는 정말 신선했어요. 리스크가 컸을텐데, 소재가 확장되는 역할을 했잖아요.
J - 아주 많이 걱정하진 않은 거 같아요. 소재 확장은 우리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긴 해요. 가요 소재가 너무 적어요. 제작하는 사람도, 미디어도, 대중도 보수적이에요.
O - 우리 가요는 짝사랑 아니면 실연이죠.(웃음)
J - 영화와 가요 표현에 대한 이중잣대도 있거든요. 소재나 표현이 좀 더 확장됐으면 하는 게 제 소망 중 하나죠. 장애물도 많지만.
O - 그런 면에서 가인이 잔다르크 역할을 하게 될까요.
J - 아무래도 선봉장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 다음 앨범을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빠르면 연말, 아니면 내년 초에 선보일 수 있을 거 같아요.
O - '피어나'보다 더 확장되나요.(웃음)
J - 이번에는 또 다른 의미의 파격이 있을 것 같아요.
O - 이 일을 굉장히 즐기시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부터 음악업계에 계셨던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요.
J - 고액 연봉을 받으며 금융 회사에서 일했었죠.(웃음) 일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2002년에 무턱대고 그만뒀는데, 이후에 지인을 통해 내가네트워크 일을 돕게 됐어요. 굳이 곡을 쓰지 않아도 프로듀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2007년 브아걸의 '러브' 부터 참여했죠.
O - 그냥 일을 그만뒀는데, 이후에 천직을 찾다니. 모든 직장인의 로망이네요. 프로듀서로서의 목표는 뭘까요?
J -  어마어마한 돈을 벌겠다, 그런 건 아니에요. 50년, 100년 후에 명반을 뽑는다면 거기에 제가 참여한 작품이 하나쯤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듣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는 음악, 자극을 주는 가수를 만들고 싶고요. 영감을 줄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rinny@osen.co.kr
로엔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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