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질타보다는 홀로 한숨..."선수들 기 죽는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11.11 08: 47

"화를 내면 선수들이 기가 죽는다. 그래서 화를 안 내려고 한다."
부산 KT는 지난 시즌 9위로 마쳤다. 하지만 뚜렷한 전력 보강을 하지 못하면서 이번 시즌 개막 전 약체로 분류되는 평가를 받았다. 이유는 확연했다. 농구가 골밑 싸움의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함에도 골밑 자원이 없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2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KT는 8승 5패로 4위에 기록돼 있다. 높이에서의 열세는 예상과 같이 나타나고 있지만, 조직적인 움직임과 정확도 높은 외곽포로 승전보를 알리고 있다.

기대보다 좋은 성적에 전창진(50) 감독도 선수들을 격려하며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홀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으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KT가 부족한 점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완을 할 수 없어서 한숨만 쉬고 있는 것이다.
KT의 약점은 높이다. 경기당 평균 리바운드 갯수가 29.6개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9위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 삼성(33개)보다도 확연히 떨어지는 수치다. 하지만 높이의 열세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KT의 장점인 외곽포로 해결을 하지만 매 경기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것을 알기에 전창진 감독은 한숨을 쉬고 있다.
"이렇게 포스트가 없이 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다"고 고개를 저어댄 전 감독은 "제스퍼 존슨을 데리고 있을 때는 그래도 수비자 3초룰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시즌에 돌입한 상황에서 딱히 부족한 자원을 수급할 방법도 없는 만큼 그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창진 감독의 선수 지도 방법도 변하고 있다. 한 때 강한 호통과 카리스마로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은 전창진 감독이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선수들을 향한 격려의 박수를 더욱 자주 볼 수 있다. 질타를 하기보다는 홀로 한숨을 쉴 때가 더 많다.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화를 낼 수가 없다. KT가 강팀이었을 때는 선수들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혼도 내고, 훈련을 할 때도 화를 냈다. 그렇지만 이제는 강팀이 아니다. 6위 정도를 할 전력이다"면서 "경기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화까지 내게 되면 선수들의 기가 죽는다. 그래서 화를 안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짚고 넘어갈 상황에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간다. 선수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될 경우에는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10일 열린 서울 SK와 박빙의 승부를 펼쳤지만 마지막 공격 시도에서 조성민이 미스 매치가 나는 포지션을 놓치자 "완전히 잘못했다. 승부가 갈리는 상황인데 아쉽다"고 지적을 하기도 했다. 전 감독은 "경기를 잘해놓고는 마지막에..."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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