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렬' SK-정근우, 협상과정에서 무슨 일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17 07: 01

협상은 결렬됐다. 2005년 이후 SK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정근우(31)의 이적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런데 마지막 협상 과정을 놓고 양자의 말이 다르다. 과연 양자 간의 협상, 그리고 운명을 걸었던 마지막 이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5년부터 9년을 함께 했던 SK와 정근우가 결별 수순을 밟았다. 16일까지였던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중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총 네 차례 만났으나 점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정근우는 17일 한화와 4년 총액 70억 원에 계약하며 SK 유니폼을 벗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의 말이 다르다. 정근우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단의 처사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SK는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할 말이 있는 모습이다.
네 차례 협상 과정은 말 그대로 진통이었다. 첫 번째 만남은 11일 점심 때 이뤄졌다. 민경삼 SK 단장이 직접 나섰다. 정근우와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며 원론적인 생각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 때부터 협상 테이블에는 난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금액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통해 서로의 생각 차이가 크다는 것을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2차 협상 때 서로의 제시액을 공개하기로 합의하는 선에서 첫 만남은 마무리됐다.

13일 오후 열린 두 번째 협상에서는 양측이 서로의 패를 꺼내들었다.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SK는 이날 정근우에게 옵션을 포함해 4년 6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했다. 이는 정근우의 기준에 못 미쳤다. 구단은 구단대로, 정근우는 정근우대로 섭섭함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얼굴 한 번 붉히지 않는 협상은 없다. 일생일대의 FA계약, 그리고 정근우 정도의 대어라면 더 그렇다. 정근우의 말대로 두 번째 협상에서는 서로의 감정이 상했다. 정근우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첫 협상 과정에서 감정이 섞인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나온 금액일 뿐이다. 꼭 그 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은 아니었다”라며 80억 원 이상 요구에 대해 해명했다. 서로간의 오해도 있었다.
15일 저녁에 열린 세 번째 협상은 그런 오해를 푸는 과정이었다. 정근우와 저녁을 함께하며 조금씩 화해 무드가 형성됐다. 이 자리는 3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SK도 여기서 희망을 찾았다. 금액 차이는 여전히 있었지만 “중간에서 합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제시액을 최종수정했다. 4년 총액 70억 원이었다. 옵션 금액은 많지 않았다. 그룹에도 최종 보고가 올라갔다.
16일 마지막 날에도 저녁에 약속을 잡았다. 민 단장이 직접 나섰고 임원일 SK 사장을 비롯한 구단 임직원들이 경기장에서 대기하며 타결 소식을 기다렸다. 협상이 2시간 가까이 이어지며 합의점 도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끝내 결렬됐다. 문제는 그 후 생겼다. 정근우는 “아직 계약까지 시간이 더 남아있는 상황에서 잘 해보자는 분위기로 돌아왔지만 갑자기 난 기사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정근우의 말대로라면 SK가 너무 일찍 협상에서 손을 털어 기회를 차 버린 셈이다.
반면 SK의 한 관계자는 “그 자리에서 협상이 끝난 줄 알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말대로라면 인사까지 하고 헤어졌기 때문에 그 자리를 뜬 것 자체를 협상 결렬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한편 선수 요구액 공개가 협상에서의 도의를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수에게 고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이야기했다”라고 해명했다. 
양쪽의 말이 다르다. 양측 모두 협상과정에서의 불만이 있었다. 결국 SK와 정근우는 갈라섰고 협상 마지막 날은 찜찜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9년을 함께 했지만 마지막은 너무 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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