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맨발의 친구들’ 종영, 최고 재료로 만든 심심한 밥상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3.11.18 07: 44

재료 면면만 보면 진수성찬이었는데 차리고 보니 심심한 맛이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이 지난 17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종영이라기보다는 ‘폐지’에 가까웠던 마지막 방송이었다. 준비된 이별이 아니라는 사실은 출연자들의 모습을 통해 확실히 드러났다. 다음주에 만날 것을 기약하는 듯한 강호동의 클로징 멘트와 달리 ‘그동안 ‘맨발의 친구들’을 사랑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자막이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맨발의 친구들’은 지난 4월 ‘강호동 보증수표’를 가지고 일요일 예능 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안했다. 강호동이 힘을 내지 못했고, 윤종신, 유세윤, 김범수, 윤시윤, 김현중, 은혁으로 시작했던 원년 멤버들도 각 캐릭터를 만들지 못했다.

[어저께TV] ‘맨발의 친구들’ 종영, 최고 재료로 만든 심심한 밥상

‘맨발의 친구들’은 8명의 멤버들이 국내외 각지를 여행하며 현지인들과 화합하는 과정을 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24시간동안 현지인들처럼 생활하고 자급자족하는 것이 미션으로 주어졌다. 이 콘셉트가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하자 친구의 집을 찾아가고, 다이빙 프로젝트로 단점을 극복했다가 마지막은 집밥 먹기 프로젝트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맨발의 친구들’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예능에서 선호하는 인재들을 한 자리에 불러놓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을 함께 한 멤버는 강호동, 윤종신, 유이, 윤시윤, 은지원. 은지원은 강호동과 ‘1박2일’을 함께 하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나름대로의 위치를 쌓았고, 어느 게스트와 만나든 어우러지는 윤종신의 친화력은 손꼽을만 했다. 예능 출연이 드물었던 윤시윤, 러브콜은 많지만 왕성한 활동은 없었던 유이까지 ‘맨발의 친구들’ 출연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또 기대할만한 그림이 만들어지는 듯도 보였다.
허점은 ‘강호동 카드’에 있었다. 리얼이라고 하지만 제작진은 강호동에게 매달리는 그림을 보였다. 강호동이 상황극을 만들어 멤버들을 끌어들였고, 맛있는 밥상을 만들어 앞에 내놓는 것도 결국 게스트의 몫이었다. 그 안에 특별한 장치를 넣는 등 이렇다 할 제작진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식사를 하기 전 한입 퀴즈를 마련하는 정도에 그쳤다.
‘맨발의 친구들’은 기존 예능의 포맷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 화려한 출연진에 의존해 ‘반짝’을 기대했다는 인상을 진하게 남겼다. 발군하는 멤버들의 노력도 묻어버린 뼈아픈 경험이 된 셈.
앞으로 ‘맨발의 친구들’이 떠난 자리에는 ‘K팝스타 시즌3’가 들어온다. 이는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이라는 우리나라 대중음악 산업 대표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세대 K팝스타를 선발하는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 동시간대 3위로 처진 프로그램에 활기를 불어넣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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