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FA 시장서 톱타자 안 잡은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1.18 06: 44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2013년 FA 시장이 마무리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17일에만 5명의 선수가 사인을 하면서 이제 남은 선수는 최준석(두산)과 윤석민(KIA) 둘 뿐이다. 윤석민은 해외진출만이 목표임을 감안하면 최준석만 아직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셈이다.
롯데는 우선협상기간 중 강민호와 강영식을 모두 붙잡는 성과를 거뒀다. 최대어로 꼽히던 강민호는 4년 간 보장액만 75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롯데에 남기로 했고, 강영식도 4년 17억원(계약금 4억원, 연봉 3억원, 옵션 1억원)의 조건으로 도장을 찍었다.
일단 롯데의 올해 FA 시장 첫 번째 과제는 강민호의 잔류,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역대 최고액인 75억원은 오히려 적정 가격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다. 이제까지 자팀 FA를 놓치며 전력 약화를 감수해야 했던 롯데였기에 지금까지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우선협상기간 중 "일단 강민호를 붙잡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이후 시장에 누가 나오는지 봐야겠다. 어쨌든 선수는 다다익선 아닌가"라고 말해 롯데가 이번 FA시장에서 선수를 추가영입 할 것이라는 암시를 했다. 실제로 원 소속팀과 계약에 실패하고 시장에 나온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이용규, 이종욱, 정근우 등 국가대표 테이블세터가 한꺼번에 나왔고 최준석이라는 거포 자원도 있었다. 모두 롯데가 노릴만한 선수들이다.
그렇지만 다른 구단들의 영입 소식이 숨가쁘게 전해진 17일 롯데의 움직임은 없었다. 이용규와 정근우는 한화로 팀을 옮겼고, 이종욱과 손시헌은 NC 유니폼을 입었다. 이대형까지 KIA행이 정해진 가운데 이제 시장에는 최준석만 남았다. 톱타자·외야수 보강을 첫 손으로 꼽았던 롯데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왜 롯데는 4명 중 한 명도 잡지 않았을까. 배 단장은 "시장이 과열되어 있다. (이용규, 정근우, 이종욱은) 너무 비쌌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근우는 강민호에 조금 못 미치는 70억원에, 이용규는 67억원에, 이종욱은 50억원에 사인을 했다. 이미 롯데는 강민호·강영식을 잔류시키는데 92억원을 투자한 상황. 만약 톱타자 후보 세 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영입했다면 롯데의 이번 FA 지출은 최소 15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때문에 배 단장은 "내년 FA 시장이 걱정이다. 구단들은 더 힘들어지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이대형은 애초에 롯데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배 단장은 "우리 팀에는 김문호와 이승화가 있다. 이대형 영입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는 올해 FA시장에서 톱타자 후보를 영입하지 못하면서 자체육성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롯데에 당장 급한 건 거포다. 올 시즌 롯데는 중심타선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득점 빈곤에 시달렸다. 자연스럽게 최준석에 시선이 쏠린다. 배 단장은 "최준석한테는 당연히 관심이 있다. 지금 팀은 거포 선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선수 이름까지 거론했다는 건 어느정도 그 선수와 교감이 있었다는 의미다.
롯데는 '톱타자 후보'와 '중심타자'를 구매목록에 적어 FA 시장에 나갔지만 너무 비싼 물가탓에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 이제 시장에 물건은 다 팔리고 남은 건 단 하나 뿐이다. 구매하는 대신 자체육성과 2차 드래프트, 그리고 외국인타자 영입으로 선회하는 방법도 있다. 롯데의 선택에 프로야구판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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