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몸값 폭등’과 기본기 실종 현상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1.18 13: 35

“신인이 1군에 적응하려면 이전보다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결국 프로 구단은 신예를 키우기보다 당장 성적을 내려면 1군에서 검증된 선수를 찾게 되고 그러다보니 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 같다”.
선수에게는 좋은 일이다. 인생 대박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 그러나 시장 과열, 몸값 폭등이라는 단어도 함께 나오고 있다. 리그 경기력 수준에 알맞는 몸값이 알맞게 책정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최근 2~3년 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의 몸값 수직 상승. 속내를 계속 들여다보면 결국 그동안 아마추어 야구 병폐 현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2013시즌이 끝난 뒤 국내 잔류-이적 FA 선수들은 대체로 행복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롯데 포수 강민호가 역대 최고 금액인 4년 75억원에 잔류 협상을 마무리지은 데 이어 최하위 한화는 SK 출신 정근우를 4년 70억원, KIA 출신 이용규를 4년 67억원에 영입했다. 삼성도 좌완 선발 장원삼을 4년 60억원 투수 최고액에 잔류시켰다. 역대 FA 몸값 순위 1~4위 자리가 불과 열흘 미만의 기간 동안 모조리 바뀌었다.

뿐만 아니다. 두산 출신 테이블세터 요원 이종욱(NC)은 2년 전 이택근(넥센), 지난해 김주찬(KIA)과 함께 거포가 아님에도 50억 몸값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2년 간 LG에서 최악의 부진에 휩싸여 주전 자리를 잃었던 ‘슈퍼소닉’ 이대형(KIA)은 4년 24억원에 계약을 맺으며 부활을 꿈꾸게 되었다. 새 팀에서 맞는 새로운 기회와 연봉 대박. 선수들은 기뻐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 현상을 모두 옳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탬퍼링 의혹이 가장 거세게 제기되고 있으며 야구 시장에 합당한 적정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몸값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면 이는 거품이 빠지는 순간 순식간에 프로야구 자체가 걷잡을 수 없는 침체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복선과 같기 때문이다. 선순환 가능성이 점차 닫히는 순간 치솟는 FA 몸값에 대한 확실한 효용성이 없다면 야구시장 침체는 현실화될 수 있다.
최근의 FA 몸값 폭등 현상에 대해 한 베테랑 선수는 “젊은 선수들이 팀이 필요한 역할을 해준다는 보장이 없으니 FA 선수들의 희소가치가 높아지는 것 같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선수도 수년 전 FA 계약을 치르며 나쁘지 않은 대우를 받았던 전력이 있다. 몸값 폭등 현상에 대해 “선수 당사자들은 좋겠지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운을 뗀 그는 “최근 몇 년 간 신인들을 보면 기본기를 갖추지 못하고 입단하는 케이스도 많다”라고 밝혔다.
“지금은 신인을 1군 주력급으로 만드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좋은 재능을 갖춘 선수들도 있지만 확실한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운동능력 한 두 개를 특화하거나 아마추어 시절 임기응변으로 좋은 성적을 올린 뒤 프로에 데뷔하는 경우도 있다. 그 기본기를 다시 쌓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리는 만큼 프로 구단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FA 시장에서 필요한 선수를 수급할 수 밖에 없는 추세다”.
이어 그는 “FA 자격 취득 기간 축소 등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기본기를 함양하고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아마추어 야구는 아직도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상태. 야구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가 성적지상주의에 휩싸인 경우가 허다하다.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 유망주에게 기본기를 키우기보다 당장 성적을 내기 쉬운 쪽으로 능력을 편중된 부분으로 특화시킨다. 아마추어 레벨에서는 통해도 결국 프로 무대에서는 도태되는 선수들이 많은 이유다. FA 몸값 폭등도 어떻게보면 그 성적지상주의의 산물 중 하나다. 당장 필요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유망주의 기본기 결여는 예전부터 계속 지적된 부분이다. 한 수도권 구단 코치는 첫 팀 합류 당시 젊은 선수들의 수비 등을 보며 “이 정도로 못할 줄은 몰랐다. 겨우내 같이 땀을 많이 흘려야 할 것 같다”라고 혀를 내둘렀던 바 있다. 증거자료는 없는 탬퍼링 의혹, 몸값 거품 현상도 문제가 크지만 프로야구의 배후지가 얼마나 척박한 상태인지도 깊이 생각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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