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1994' 빠질 수밖에 없는 신PD·이작가의 사랑법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3.12.01 14: 20

웃기다가 울리고, 울다가도 염소소리만 들리면 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게 만든다. 시청자들을 온통 '성나정 남편 찾기'에 빠지게 만들만큼 밀고 당기기에도 능숙하다. 스무 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BGM 역시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의 인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방송된 13회 '1만 시간의 법칙' 편은 평균시청률 9.6%(이하 유로플랫폼 기준), 순간 최고시청률 11.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보다 0.4%포인트 상승한 수치. 케이블드라마 최고 시청률도 이미 넘은 상태다.
사실 '응사'는 1년 전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첫사랑과 남편 찾기, 지방 출신 주인공들, 성동일-이일화의 캐릭터, 심지어 황당한 상황에서 들려오는 효과음까지 똑같다. 여기에 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찾기를 중심으로 그 시대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과 함께 가족·친구·첫사랑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지나치게 비슷한 패턴이 지루해 보일법도 하지만 제작진은 오히려 순수하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방송 전부터 '응사'가 안고 가는 부담감은 컸다. 성공작이었던 '응칠'의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또 되겠냐는 것. 하지만 이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응사'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고,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행진 중이다. 출연 배우들은 금새 섭외 1순위로 올라섰고, 매번 포털사이트 연예면을 장식할 정도로 화제 속에 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주인공을 연기 중인 고아라는 10년 동안 갇혀 있던 '도도한' 틀을 벗고 나와 좋은 평가를 받으며, 데뷔 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응사'의 성공 요인은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감각적인 연출과 대본에 있다. 신 PD와 이 작가는 평범해 보이는 멜로를 '아주' 특별하게 요리했고, 시청자들의 감상 포인트를 정확하게 집어냈다. 30~40대들이 과거를 추억하면서 향수에 젖을 수 있게 하면서도, 첫사랑이라는 소재로 10~20대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매회 이어지는 의미심장한 내레이션과 짠한 사건들 속에 숨어 있는 웃음과 눈물은 몇 번을 반복해도 촌스럽거나 지루하지 않고, 한 가지 주제로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감성을 자극한다. 
캐릭터들도 시청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품고 있다. 쓰레기(정우 분)는 겉으로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속으로는 주변 사람들을 누구보다 세심하게 챙기는 인물. 아픈 나정을 위해 과자봉지를 툭 던져놓고 나가거나 자상하게 병간호를 해주고, 후배의 진로상담을 해주며 함께 고민을 나눈다. 겉으로는 무심해보여도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다정하다.
나정앓이 중인 또 한 명 칠봉이(유연석 분) 역시 많은 여성들이 바라는 자상함과 로맨틱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오로지 시선을 나정에게 고정시키고 나정을 몇 시간 보기 위해 12시간 버스를 타고 삼천포로 내려갈 정도로 열정적이다. 꾸밈없이 순수하고 따뜻한 칠봉이의 첫사랑에 애태우는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밖에도 삼천포(김성균 분)와 해태(손호준 분), 빙그레(바로 분), 조윤진(도희 분) 모두 개성이 확실한 캐릭터로, 욕을 하고 얄미운 행동을 해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BGM(배경음악) 활용법 또한 특별하다. 에피소드별로 당시 인기 있던 곡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몰입도를 높이고, 향수를 자극한다. 단순히 상황에 어울리는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듯, 가사를 들으면 주인공들의 심리를 느낄 수 있게끔 절묘하게 어울리는 음악이 깔린다.
케이블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는 '응답하라 1994', 그리고 드라마의 성공을 이끈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또 어떤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관심을 모은다.
seon@osen.co.kr
tvN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