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리그 스타’, 히트상품 보장 아니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2.21 13: 30

전 직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일단 제대로 눈도장을 받기 충분하다. 성공 전례도 있다. 그러나 그 윈터리그에서의 활약이 과부하로 이어져 퇴출 칼날을 맞은 경우도 있었다. 타자의 중남미 리그 성적이 좋은 모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윈터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한국 무대까지 밟게 된 선수들의 내년은 과연 밝을까.
외국인 선수 제도가 경기 당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바뀌고 전원 투수 충원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멸종되었던 외국인 타자도 다시 한국 무대를 밟게 된다. 각 구단 스카우트팀은 최근 모습이 가장 좋았고 한국 무대에서 성공할 만한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을 잇달아 찾는 가운데 중남미 윈터리그 활약이 좋은 선수들이 다음 시즌 한국무대에서도 맹활약을 펼칠 것인지가 관건이다.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선수는 KIA의 마무리로 영입되는 하이로 어센시오(30),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와 구체적인 영입 협상 테이블을 차린 내야수 야마이코 나바로(26)다. 어센시오와 나바로는 티그레스 델 레이시 소속으로 한 팀서 뛰고 있다. 시즌 종료까지 이틀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델 레이시는 27승 21패 승률 5할6푼3리로 리그 내 6팀 중 3위에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상태로 우승도 노린다.

어센시오는 23경기 22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1패17세이브 평균자책점 1.21로 델 레이시의 뒷문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리그 세이브 1위이며 평균자책점 또한 리그내 마무리투수 중 가장 낮다. 나바로는 44경기에 나서 타율 2할7푼7리 OPS .896 8홈런 38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과 타점 부문 리그 1위며 OPS는 전체 2위다. 포수와 중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뛸 수 있고 타격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전부터 각 구단들은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윈터리그에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출전한 선수들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이들에게 접근해 한국 구단 입단 여부를 타진해 왔다. 이들의 한국행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연계가 되어있었고 그만큼 국내 스카우트들과도 연이 닿아 한국 무대로 발걸음을 향하는 과정이다. 이전 한국 무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좋은 경제적 처우 속에서 뛰었던 만큼 ‘한국에서 뛰는 것도 괜찮다’라며 호평한 부분도 크다.
그런데 윈터리그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선수들이 모두 히트상품이 된 것은 아니다. 2010년 두산에서 14승을 올렸던 켈빈 히메네스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의 성공을 한국에서도 이어간 선수인 반면 한화 호세 카페얀과 LG의 에드가 곤잘레스는 실패의 예다. 한때 애틀랜타가 기대한 유망주였던 우완 카페얀은 윈터리그서 10경기 5승3패 평균자책점 2.66로 활약했으나 정작 한국에서는 15경기 11패 평균자책점 9.15로 퇴출당했다. 성적이 안 좋기는 했으나 초반 승운이 없었고 12초 촉진룰 1호 불명예까지 얻으며 불안감 속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초반 호투에도 패전투수가 되어 말도 못 하고 샌드백만 거세게 두드렸던, 자신이 못 이기던 가운데서도 한 살 어린 동료 훌리오 데폴라를 챙겨주려 애쓰던 카페얀이다.
곤잘레스의 경우는 멕시칸 윈터리그서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소속팀의 주축 선발 활약을 펼친 뒤 동 리그 챔피언십에서 완봉승을 거두는 등 맹활약했다. LG에서도 곤잘레스가 2007년 애리조나 시절 4선발로 활약한 전력 등을 들어 기대를 갖고 지켜봤으나 그의 2010시즌 성적은 9경기 6패 평균자책점 7.68에 그쳤다. 윈터리그 타자들이 적극성을 띄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스타일이라 땅볼 유도형 구질을 갖춘 카페얀과 곤잘레스가 재미를 보았으나 공을 기다리고 파울커트하는 국내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곤잘레스의 실패에 대해 “두 번째 경기였던 넥센전에서 타자들이 스윙하려다가 연신 참으며 볼을 골라냈고 그 경기서 곤잘레스가 대량실점했다. 그 경기가 곤잘레스의 한국무대 실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밝혔다. 2011년 두산의 외국인 투수였던 라몬 라미레스도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서는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안정적인 선발이었으나 정작 정규시즌을 치르지도 못하고 퇴출당했다. 라미레스의 경우는 윈터리그에서의 부하가 데드암 현상으로 이어져 시범경기서 해괴한 투구폼을 보여주다 퇴출된 케이스다.
타자의 경우는 중남미 리그-한국 무대와의 상성이 투수 쪽보다 더욱 안정적인 편이 아니다. 2008~2009년 LG에서 뛰던 로베르토 페타지니는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보였으나 2007년 롯데에서 뛴 에두아르도 리오스-로베르토 페레즈는 멕시칸리그서의 3할대 고타율이 한국 무대의 컨택 능력 발휘로 이어지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 관계자는 “타자의 경우는 잘 걷어올리는 일발장타력 뿐만 아니라 떨어지는 변화구 대처 능력도 주도면밀하게 봐야 한다”라며 윈터리그에서의 좋은 스탯만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무대에서의 적응력이다. 많은 국내 선수들은 “한국 무대에서 성공하는 외국인 선수를 보면 개인기량은 두 번째다.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팀 융화도와 리그 적응력이 얼마나 좋은 지가 우선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빅리그서 대단한 명성을 떨치고 윈터리그를 평정했더라도 성품과 한국 리그에 대한 이해력, 존중을 갖추지 못한다면 절대 오랫동안 성공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2013년 카리브해 세밑을 뜨겁게 달구는 윈터리그 스타들은 한국 무대도 뜨겁게 달굴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호세 카페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