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창원, 친절한 수원이 더 빛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2.23 15: 22

프로야구 9·10구단을 나란히 품에 안은 두 지방자치단체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통합창원시가 신축구장 문제에서 좀처럼 전진하고 있지 못하는 사이 수원은 적극적인 행보로 10구단 kt의 발걸음을 돕고 있다.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는 모습이다.
현재 프로야구계의 가장 큰 현안은 10구단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장밋빛 환상은 위험하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접근해야 긍정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9구단으로 창단한 NC와 2015년 1군 진입이 예정되어 있는 10구단 kt의 안정적인 정착이다. 모든 청사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NC는 올해 7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kt도 화끈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걸음마를 뗐다. 예상보다 빨리 10구단 체제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진다. 그러나 두 구단, 그리고 야구계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연착륙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행보가 엇갈린다.

통합창원시는 NC와 신축구장 부지를 놓고 여전히 갈등 상태에 있다. 9구단 창단시 창원시는 2만5000석 이상 수용 규모의 야구장을 지어주겠다는 조건을 걸고 NC를 유치했다. 야구장 신축 자체에 대한 의지는 있다. 그런데 엉뚱한 데 짓겠다는 것이 문제다. 통합창원시의 두 축인 마산이나 창원이 아닌, 가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진해에 짓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창원시는 지역균형개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것은 너무 낙후된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진해 부지는 당초 야구장 신축 부지 심사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창원시는 앞으로의 청사진만으로 구장 신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NC에 “손실분 중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겠다”라는 제시까지 했지만 이 역시 진해 부지의 흥행을 창원시도 우려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과 다름 아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투·융자 심사에서도 조건부 승인을 받는 데 그쳤다. 행정안전부는 당시 “실제 구장을 사용할 NC와의 협력 의무”를 전제조건을 달았다. NC와 협의가 없으면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진해 부지는 무조건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현재 NC의 공식 기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창원시는 NC와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답답함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정했던 2016년 완공도 불투명해졌다. '불통'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반면 수원시와 경기도는 kt의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NC의 한 관계자가 “어떨 때 보면 부럽다”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현재 수원시는 수원야구장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 착공이 조금 늦어졌지만 그 후로는 순탄하게 잘 흘러가고 있다. kt의 1군 진입 시기인 2015년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야구장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자체가 앞장 선 일방통행도 아니다. kt와의 협력도 긴밀하다. kt 관계자는 “구장 리모델링과 관련해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일주일에 2~3번씩 회의를 하고 있다. 현재는 관중석 증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것이 끝나면 펜스나 야구장 내부, 덕아웃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아무런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번 리모델링을 할 때 제대로 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잘 느껴지는 대목이다.
2군 경기장은 NC보다 오히려 kt가 더 빠른 진척도다. NC는 당초 진해공설운동장을 2군 경기장으로 활용하고자 했으나 경기장 시설 개선을 위한 창원시의 예산 투입이 늦어지면서 갈등을 겪었다. 고성에 짓기로 한 2군 종합 시설도 백지화됐다. 결국 포항을 차선책으로 선택했는데 이 역시 창원시의 반발이 크다. 한 야구 관계자는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양쪽의 기분이 계속 상하고 있다. 무난하게 해결될 문제도 안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반면 kt는 지난 10월 여주시와 2군 경기장 및 시설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실 kt는 연고지인 수원 인근에 2군 시설을 짓고 싶어 했지만 주거나 상업지구가 많아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했다. 그러자 경기도가 발 벗고 나서 여주 부지를 알아봐줬고 여주시도 긍정적인 제안을 해 kt도 최종 결정을 내렸다. 영동고속도로 인근에 지어질 예정으로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현재 여주시가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되는대로 곧바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하면서 “여주시에서도 아주 잘 도와주고 있다. 구장 관련해 담당자들과 워크샵도 진행했다. 수원시와 경기도 쪽에서 전반적인 협조가 잘 되고 있다”고 오히려 지자체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이처럼 창단은 NC가 빠르지만 오히려 속도는 kt가 더 잘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차이는 이렇게까지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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