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은 웃겨야만 사는 배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1.26 09: 58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속 배우 전지현의 인기가 거세다. 이런 전지현 신드롬에는 그를 향한 상반된 시각이 있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별그대'로 전지현이 배우로서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 또 다른 시선은 이 작품이 그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는 다른 의견이다.
한 마디로 전지현은 이 작품을 통해 '웃겨야만 사는 배우'임을 입증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별그대' 속 그가 내내 시청자들을 폭소케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 섬세한 감정 연기가 필요한 대목에서도 그럴싸하다. 하지만 대중이 열광하는 부분은 망가진 천송이다.
1997년에 데뷔해 CF에서 현란한 테크노 댄스를 추던 그의 대표작은 2001년 '엽기적인 그녀', 그리고 2012년 '도둑들'.

전지현은 웃겨야만 사는 배우?

그 중간 중간 그는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많은 도전을 했다. 공포영화의 무거운 호러퀸(영화 '4인용 식탁')이 되기도 했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담배를 물고 터프한 변신(영화 '슈퍼맨이 된 사나이')도 했었다. 뱀파이어가 돼 와이어 액션(영화 '블러드')을 하기도 했고, 19세기 중국 여인(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으로도 변했다. 하지만 이 시기 그는 작품성에나 흥행 면에서나 명성에 어울릴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엽기적인 그녀' 가 전지현 신드롬을 일으켰다면 '도둑들'은 그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게 해 준 작품이다. 두 작품에서 모두 그녀는 소위 망가졌다는 평을 들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발랄-엉뚱을 넘어 과격, 엽기적이었다는 공통점이었다.
이어 14년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사실 그가 안방극장 컴백으로 선택한 천송이란 캐릭터는 '도둑들' 예니콜과 어느 정도 이어지는 이미지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멜로가 강화된 천송이가 예니콜보다 친근하고 인간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예니콜보다 '웃기다'. 
전지현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은 망가짐이 아닌, 그가 가장 잘 하는 연기다. 실제 모습도 천송이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전해지는 전지현은 반전 매력 속에 보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코믹함을 발견하면 호감도가 상승하는 것처럼 전지현 역시 그렇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따귀 게임을 하며 차태현을 괴롭힐 때도 관객들은 웃었고, '도둑들'에서 그가 김혜수와 기 싸움을 하며 찰진 욕설을 내뱉을 때 폭소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거의 매 순간 웃음을 선사한다. 프로폴리스를 프로포폴로 아는 무지함, 개그맨 정형돈의 랩 따라하기,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패러디 등은 큰 화제가 됐다.
왜 코믹 전문 배우가 아닌데 대중은 그에게 웃음을 기대하는 것일까. 정확하게 말하면 코믹섹시다. 한국 여배우들 중에 대중이 이런 부분을 원하는 캐릭터는 거의 없기에 독보적인데, 그게 전지현의 강점이자 한계가 될 수 있다. 그런 사랑스런 코믹이 장기라면, 다른 사람은 못 가진 매력이니 보여줄 수 있을 때 보여주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 안에서는 대중이 전지현에게 원하는 것이 분명해 팔색조가 가능한 유연한 외모에도 블구하고, 변신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아 한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 '베를린'에서 우울한 분위기도 멋지게 소화해내며 북한말을 꽤 잘 구사하는 그를 보며 놀라기도 했다. '엽기녀-'도둑들'- '별그대'로 이어지는 것과는 다른 축에 전지현의 팽팽한 필모그래피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nyc@osen.co.kr
'엽기적인 그녀', '도둑들', '별에서 온 그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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