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도’ 클래식, 지구 반대편서 증명한 무모한 초심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3.09 07: 34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자메이카 특집을 마무리 했다. 기대를 모았던 밀라노 패션쇼 도전이 무산된 가운데, 함께 맞물려 진행했던 자메이카 특집은 ‘무한도전’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초창기 ‘무한도전’과 흡사한 구석이 많았다. 이들이 지구 반대편 자메이카 곳곳을 누빈 발걸음 하나하나는 무모했고, 그래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초심을 보여주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무한도전’은 지난 8일 방송된 자메이카 편 마지막 이야기에서 멤버들이 우여곡절 끝에 자메이카 레게 페스티벌인 ‘레데먼스’ 무대에 오르는 모습이 공개됐다. 레게 페스티벌 참석이 확정된 가운데, 이왕 가는 김에 세계적인 육상 스타 우사인 볼트를 만나겠다고 나섰던 이들의 기나긴 여행이 마무리된 것.
비록 우사인 볼트는 클럽에서 잠깐 만난 게 전부였지만 이들이 제작진의 별다른 도움 없이 스스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그동안의 세계적인 스타들을 만난 그림과 달랐다. 우사인 볼트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고자 해안 절벽에서 떨어지고, 그의 모교와 식당을 찾은 후 인터넷에 사진을 올린 이들의 방법은 체계적이지 않았고 무모했다.

섭외에 있어서 제작진의 도움을 받았다면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었겠지만 이들은 투박한 방식을 활용해 온몸으로 부딪혔다. 자신들을 그냥 외국 관광객쯤으로 여기는 자메이카 사람들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자 발품을 팔았던 것. 자메이카 국민 프로그램쯤 되는 ‘스마일 자메이카’라는 생방송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저질 댄스를 추는 노홍철의 모습 등은 초창기 황소, 기차와 달리기를 하던 이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한국에서는 톱스타이고, 범접할 수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공룡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자메이카에서는 아무 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들의 '맨땅에 헤딩'은 언제나 품고 있던 초심을 보여줄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9년간 방송되면서 언제나 열과 성을 다했던 것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지고 진행 중인 특집이 다수일 정도로 규모가 커진 까닭에 이들의 초심은 의심받았다.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주관적인 잣대가 모이고 모여 ‘무한도전’을 압박했던 것이 사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하고자 출범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초심은 '웃기는 것'인데 억울하게도 '무한도전'은 언제나 거창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놓여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구 반대편인 자메이카에서 비로소 비대한 얼굴 크기를 자랑했던 스컬의 친근했던 외모와 자신들의 무대에 열광하는 자메이카인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던 노홍철과 하하, 파격적인 레게머리로 웃음을 안긴 정형돈의 모습은 초창기 ‘무한도전’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지난 9년간의 ‘무한도전’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밑바닥의 보잘 것 없는 지점에서 시작해 꿈의 레게 무대에 오른 이들의 열정은 평소보다 더 많이 진정성이 느껴지게 했다.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함께 호흡하며 레게의 본고장을 누볐던 이들은 자메이카 사람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선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좀 더 쉽게 우사인 볼트를 만날 수 있었고, 좀 더 쉽게 레게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들의 자메이카 탐방은 도전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될 만큼 빡빡했고 고단했다. 마지막 순간, 무대에서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후 내려와 감격스러워하는 멤버들의 환희 가득한 표정은 감동을 선물했다.
한편 이날 ‘무한도전’ 영화 ‘스타트렉’ 속 외계인으로 분한 멤버들이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지구인과 기상천외한 종목으로 대결을 벌이는 ‘지구를 지켜라’ 특집이 일부 공개됐다. 오는 15일 방송에는 본격적인 ‘지구를 지켜라’ 특집이 공개될 예정인데,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이상화도 함께 한다.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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