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임창용, 살아남을 수 있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12 14: 19

‘메이저리그 생존’을 노리고 있는 임창용(38, 시카고 컵스)이 반환점을 돌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명확한 빛줄기는 보이지 않는다. 남은 일정에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임창용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메사의 컵스 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범경기에 0-11로 뒤진 8회 등판,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피홈런 한 방이 뼈아팠다.
지난 7일 클리블랜드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감을 조율했던 임창용이었다. 상대 주축 타자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기대치를 높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초반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스스로도 가장 큰 과제로 뽑는 ‘볼넷’이 화근이었다. 첫 타자 팀 윌러와 풀카운트 접전을 벌인 임창용은 끝내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결국 다음 타자 라이언 윌러에게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허용했다.

이후 내용은 삼진 2개를 잡는 등 좋았지만 벤치의 의중이 문제다. 앞쪽 내용에 주목하느냐, 뒤쪽 내용에 주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임창용은 구원 투수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할 가능성이 꽤 높은 운명이다. 그런 면을 고려했을 때 벤치가 이날 임창용의 투구를 어떻게 지켜봤을지는 미지수다. 볼 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나머지 타자들은 무난하게 처리했지만 피홈런의 잔상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이 홈런과 함께 날아간 것은 아니다. 임창용은 이날 일찌감치 등판이 예고된 4명의 구원 투수 중 하나였다. 선발 우드가 일찍 무너지면서 예상보다 더 많은 투수가 나서기는 했지만 임창용은 ‘계획’ 안에 포함된 투수였다. 좀 더 실험을 해보겠다는 벤치의 의중이 읽힌다. 아직 2~3차례의 기회는 더 남아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중론이다. 남은 제한된 기회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경쟁은 치열하다. 컵스의 계투진은 지난해보다 크게 나은 것이 없다. 뚜렷한 전력 보강을 이뤄냈다고 보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다만 고만고만한 투수들이 25인 로스터에 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보통 투수 엔트리를 12명으로 운영하고 선발 투수가 5명임을 생각하면 나머지 7자리를 향해 많은 투수들이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다.
임창용에게 다행인 점은 당초 주축 불펜 요원으로 손꼽히던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 중 확실한 요원으로 뽑혔던 스트롭(3경기, 평균자책점 0.00)과 그림(3경기, 3.00), 카브레라(3경기, 0.00) 무난한 항해를 펼치고 있을 뿐 론돈(4경기, 12.46), 파커(3경기, 15.43), 비야누에바(2경기, 7.71), 로스컵(2경기, 4.50) 등은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반면 젊은 피들의 성장세는 도드라지는 측면이 있다.
상황이 긍정도, 부정도 아니라는 의미다. 확실한 것은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나머지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이날 피홈런이 예방주사가 된다면 향후 전망도 밝아질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어차피 각오한 경쟁인 만큼 효율적인 레이스 관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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