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의 ML통신]구대성이 류현진에게 전한 커브는?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4.03.19 07: 10

[OSEN=LA(미국 캘리포니아), 박승현 특파원] LA 다저스 류현진(27)이 대선배 구대성(45. 시드니 블루삭스)를 만났다. 둘은 간단한 안부 후 커브 이야기부터 했다고 한다. 
“나도 커브를 잘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선수들이 잘 던진다. 그걸 배웠기 때문에 얘기를 좀 해주려고 했다.”
구대성이 말한 일본 선수들의 커브는 어떤 것일까.  구대성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던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야구를 생각해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당시 일본 투수들의 화두는 '떨어지는 볼'이었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떨어지는 볼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처럼 들어오다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볼이었다. 특히 지바 롯데의 시미즈 나오유키는 커브의 명수였다. 원바운드 되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사키 가즈히로, 노모 히데오 등 포크 볼의 명수들이 미국으로 떠났고 포크 볼 자체가  투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스트라이크 처럼 보이지만 뚝 떨어지는' 볼에 대한 매력은 떨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이 때문에 포크 볼 말고 슬라이더, 커브도 스트라이크 처럼 보이다 크게 떨어지게 던지는 것에 투수들의 노력이 모아졌다.  당시 세이부의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던진 슬라이더가 워낙 크게 떨어져 저게 과연 슬라이더가 맞는지 확인해 봤던 기억이 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국 투수들의 슬라이더는 말 그대로 떨어지는 것 보다는 휘는 정도가 더했고 나중에 삼성의 배영수도 일본에서 돌아온 선동렬 감독으로 부터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배워 실전에서 잘 사용했다.
이 정도니 원래 떨어지는 성질을 가진 커브야 말 할 필요도 없었다.  투수들은 아예 커브는 스트라이크를 잡는 용도가 아닌 유인구로 생각하고 타자와 승부에 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프링 캠프에서부터 투수코치들이 '원바운드'되는 커브를 던지도록 투수들을 독려했다.  특히 밋밋한 곡선을 그리며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커브는 실투로 간주했다.
실제 구대성 역시 경기에 나서면 심심치 않게 원바운드 볼을 던졌다. 슬라이더, 커브 모두 낮게 던지는데 신경을 모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잘 보지 못하던 모습이었다.
요미우리의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는 당시에도 여전히 포크볼로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 투수로 맹활약,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리시즈 우승에 기여할 때도 포크볼을 던졌다. 미국 미디어에서는 스플리터라고 명명했다.
올 스프링 캠프에서 류현진은 커브의 각을 날카롭게 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이미 구대성이 말한 '일본 투수들의 커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의미다.  과연 구대성의 조언으로  류현진이 체인지업에 이어 커브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nangap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