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편안한 음악 하고 싶었다..약간 헐겁게"[인터뷰]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4.03.31 07: 00

가수 이은미는 지난 25년의 내공만큼이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졌다. 그는 “꽉 찬 음악 보다는 듣는 이의 여운으로 채워졌을 때 딱 완벽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네오비즈컴퍼니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만난 이은미는 자신의 음악만큼이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느낌, 카리스마, 또는 지적하는 모습, 무서운 선배.. 그것도 내 모습이겠지만, 그것 만이 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익숙해진 짧은 머리를 넘기며 미소 짓는 그의 모습에서는 다채로운 매력이 느껴졌다.
새 미니앨범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로 돌아온 이은미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았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뜻의 앨범 제목처럼, 이은미는 단지 ‘베테랑 뮤지션’으로서의 조언보다는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리스너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 일답.
- 2년 만에 컴백인데, 소감이 어떤가
"컴백이라는 표현이 불편하다. 어딜 떠난 적이 없는데 돌아왔다는 표현을 하니까 내가 어딜 떠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웃음)"
- 앨범 제목이 ‘스페로 스페레’(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라니 독특하다
"앨범 전체 색깔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나도 매해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데,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나도 외롭고 힘든데 다른 이들도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왜곡되고 찢어져도 괜찮고, 아직 이 나이에도 괜찮다는 것을 말 하고 싶었다. 사랑을 꿈 꾸는 것 만해도 괜찮다. 다짐도 꺼내보고.. 이런 말을 해보고 싶었다. 괜찮다는 것. 이런 생각들을 다 아우르는 말이 ‘스페로 스페레’였다."
- ‘가슴이 뛴다’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는 뭐였나
"나는 항상 작업이 우선이다. 윤일상 씨 작품이라서 고른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 굉장히 벅차 올랐다.
어떤 연주에 어떤 호흡을 하냐에 따라서 음악이 정말 달라진다. 노래를 처음에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하다 보면 생각처럼 안 나오기도 하고. 다 작업을 하고 나니까 가장 쉽게 들리고, 가장 이은미다운 음악이 ‘가슴이 뛴다’가 된 것 같다. ‘가혹하다’라는 가사로 시작을 해서 슬프게 느낄 수 있지만, 쭉 들어보면 ‘스페로 스페레’ 영감이 들어있다."
- ‘가슴이 뛴다’에 작사로 참여했는데 사연이나 메시지가 있나
"‘가슴이 뛴다’는 처음에 윤일상 씨가 ‘가슴이 운다’라고 썼던 곡이다. 많은 노랫말 쓰시는 분들께 물어봤는데, ‘가슴이 운다’가 너무 강했는지 곡과 딱 맞는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원래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가사를 바꾸고 싶었다. 가사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윤일상 씨가 ‘그냥 누나 얘기를 써 보면 어떻겠나. 누나가 지금 누나 나이에 느껴지는 삶에 대한 생각이나 누나가 감정적으로 겪고 있는 어떤 불안감, 고민, 이런 것들 것 편안하게 써보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머리를 맞댄 순간 30분 만에 풀렸다. 그 동안 생각해 놓았던 것들이 한번에 정리가 되면서 결국 원래 새드 스토리였는데 희망적으로 바뀌었다. 결국 내 얘기가 된 것 같다."
- 음원보다 음반을 먼저 공개한 이유가 뭐였나
"나는 운이 좋게도 LP도 만들어봤던 세대다. 카세트 테이프도, CD도 겪었고 이제는 음원으로 여러분을 만나고 있다. 음악을 소장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사람이라서 나는 실물(음반)이 정말 좋다. 예전에 음반 가게에 가서 ‘아저씨 음반 나왔어요?’하던 것이 생각난다. 그러다 보니 나는 아날로그 음악과 디지털 음악의 장점을 다 알고 있다.
나는 MP3로 음악을 못 듣는다. 피곤하다. 디지털 작업이 너무 말끔해서 느껴지는 피곤함, 폐해를 느낀다. (디지털 음악에는) 소리 사이를 움직여 다니는 공기의 느낌이 안 들린다. 그걸 표현해보고 싶었다. 요즘 시스템이 다 디지털화됐지만, 아날로그 소리를 담아보고 싶었다."
- 이번 앨범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나도 피곤함을 많이 느껴서 그런지, 편안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 너무 복잡하거나, 꽉 차거나, 세련되거나, 매끈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조금은 비어 있는 구석을 주고 싶었다. 약간 헐겁게, 한 1.5% 부족하게 느껴지도록. 들으시는 분의 여운으로 채워졌을 때 딱 완벽하도록. 편곡할 때도 얘기를 많이 했다. 보이싱도 간결하게 하고, 악기 배열도 단순화 시켜서 하도록 노력했다."
- 편안해 졌다고 보나
"난 그렇다. 어쩌면 내가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음악적인 부분들이 조금 더 녹아 있다. 애초에 신촌 블루스에서 시작 했듯이, 블루스, 록, 재즈 같은 음악들이 역시 좋다. 재즈보다는 이번 음악은 록의 기본적인 특성을 많이 살려서 편곡을 했다."
- 앞으로 이은미가 걷고 싶은 음악의 길은?
"생을 록커로 마감하고 싶다. 지금은 그런 기분이다. 레드 제플린이라는 팀의 전설적인 보컬리스트 로버트 플랜트가 은퇴를 했다가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 앨리슨 크라우스라는 컨트리 여가수와 듀엣을 했다. 컨트리 음악의 단순함에 로버트 플랜트의 록이 섞여 툭툭 던지는 듯한 멋진 음악이 만들어졌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나도 꼭 아날로그 레코드가 없더라도, 디지털로 ‘원 테이크’ 방식으로 녹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작업들을 계속 하고 싶다."
- LP를 낼 생각이 있나
"2, 3년 전에 그 생각이 꽂혀서 열심히 찾아봤다. 내 앨범 중 리메이크 음반은 플랜트와 크라우스가 녹음을 했던 산타 모니카의 피플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이다. 그 사운드로 만들었으니까 LP로 꼭 만들고 싶었는데 한국에 LP 만드는 곳이 문을 닫았었다. 당시에는 일본에서 만들어 오려니 절차가 너무 복잡했다. ‘한정판으로 찍을까?’ 별 생각도 다 들었다. 당시 너무 어려워서 못했는데, 한 번 내보고 싶기는 하다. 나도 그렇게 다시 들어 보고 싶다."
- ‘애인 있어요’가 제 2의 전성기라고 보는 시선이 많은데, 어떤가?
"‘애인 있어요’는 각별하다. 나도 그 노래 때문에 여러 가지 음악적인 시도들을 하면서 다시 일어나게 됐다. 재미 있었고, 다시 음악이 흥미로워졌다."
- 올해 공연 계획이 정해졌나
"오는 5월, 6월 경에 투어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는 월드컵이 껴있는데.. 나는 월드컵과 안 맞는다. 2002년에도 음반을 냈다. (웃음)"
- ‘맨발의 디바’라는 별명은 맘에 드나
"제일 훌륭한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디바’라는 칭호도 여자 가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말인데 나를 표현하는 수식어까지 붙어 있으니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도 무언가 돌려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다. 이 별명에 안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그 별명에서도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 데뷔 25년 차다. 패티김처럼 50년 채우고 은퇴할까?
"음악은 열심히 만들 때야 내 것이지, 내놓고 나서는 내 것이 아니다. 여러분이 아껴주시니까 이은미라는 음악이 살아있는 것이고, 그러니까 그 끝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욕심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마무리 하고 싶다. 이 다음 무대가 없다고 하더라도, 아쉬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 해왔다며 두 손 탁탁 털 수 있을 만큼 최선의 무대를 보여주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정말 최선을 다 했고 후회 없다. 이제 끝’이라며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을 때 마무리 하면 좋겠다."
- 이은미의 노래를 듣는 이가 어떻게 해석하길 바라나
"내 음악에 호흡하는 것은 듣는 분들의 몫이다. 내 음악이라고 내 의도대로만 해석을 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맘대로 듣고 맘대로 해석하셔도 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곡의 운명이니까."
sara326@osen.co.kr
네오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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