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여은 "'세결여' 채린, 악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터뷰]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04.02 07: 11

단 한 편의 작품으로 스타가 된 여인이 있다. 드라마 속에서 가랑비 옷 젖듯 서서히 존재감을 키워가더니 어느샌가 '주인공을 넘어서는 활약'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아직은 이 인기를 실감치 못하고 있다는 손여은이 그 주인공이다.
손여은은 지난 3월 30일 종영한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에서 채린으로 분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쳤던 그는 이 작품 하나로 이름 세 글자를 알렸고, 야금야금 출연 분량을 늘여가더니 주인공 못지않은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일부 네티즌은 "채린이 때문에 '세결여'를 본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세결여'는 남다르다. 모자를 쓰지 않아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던 대중은 이제 그가 모자를 써도, 꾸미지 않은 모습이어도 채린임을 한 눈에 알아본다.

"2005년도에 데뷔했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무명을 벗어났다고 해주시니 '벌써 10년이나 됐구나'하고 느끼게 됐죠. 그런데 이젠 모자를 쓰고 있어도 알아봐주세요. 채린이 보는 게 재밌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하고요. 그만큼 드라마가 주목을 많이 받았다는 걸 느끼고 책임감도 생겼어요."
 
극 중 채린이라는 인물의 크기가 이토록 커질 줄은 손여은조차 몰랐다. 아니, 김수현 작가 말고는 누구도 몰랐다. 손여은은 알지도 못한 채 주인공 이지아 만큼이나 큰 역할을 부여받았다.
"태원(송창의 분)과 결혼하게 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큰 역이 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부터 큰 역할이다, 작은 역할이다 정해진 건 아니었거든요. 저도 갈수록 주인공이 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요. 아무래도 제가 연기했던 상황들이 굉장히 임팩트 있다보니 다들 주목해주셨던 것 같아요."
채린은 정형화된 드라마 속 악녀와는 거리가 멀다. 그야말로 신개념이다. 드라마를 방송하던 도중 채린을 분석하는 기사도 여럿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채린은 새로웠다. 그랬던 만큼 채린을 연기하는 손여은에게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다. 전혀 다른 새로운 악역을 만들어라. 손여은에게 부여된 미션이었다.
"채린을 연기하며 격한 신들도 많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어요. 힘들었지만 고뇌하고, 대본 안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청자분들이 보신 채린은 그 결과죠. 채린도 하나의 인간이고,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 악인도, 선인도 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나 해요. 인간적으로 접근하려고 했어요. 드라마 속에서 악녀로 굳혀져 가고 있다 하더라고 이유 없는 악역으로 그려내고 싶지 않았죠."
 
손여은에게 김수현 작가의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함께 일하는 배우들을 일컬어 김수현 사단이라 불릴만큼 영향력이 높은 작가와의 작업. 오랜 무명을 겪은 손여은에겐 특별하게 다가온 기회였다.
"김수현 젹가님을 처음 뵀을 땐 떨리고 무서웠죠. '혼나면 죽음이다'는 생각으로 리딩엘 갔는데, 무섭다기보단 정확하고 솔직한 분이었어요. 한마디로 따뜻한 사람? 그 분은 모든 캐릭터를 다 아우를만한, 인생이 녹아있는 작품을 하시는 것 같아요. 대사 하나하나에 인생이 담겨있죠."
손여은이 생각하는 채린은 어떤 인물일까. 악녀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하기 힘든 인물에 대한 손여은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미성숙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그런 성격 때문에 주위에 피해를 줄 수도 있지만, 제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부분은 순수한 아이 같은 성격과 그로인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이었어요. 극 중 시월드도 하나의 사회라고 본다면 거기서 적응을 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한마디로 순수한 어린아이죠. 악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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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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