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진 "'세결여' 본 어머니 반응이.."[인터뷰②]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4.05 14: 11

①편에 이어
그렇다. 장희진은 '세결여' 다미와 전혀 다르다. 알코올 의존 연기를 했고 한 회에도 수차례 화려하고 값비싼 의상들로 온몸을 휘감았지만 그 모습은 연기일 뿐, 실제의 장희진과는 정반대다.
"이제껏 진짜 모피는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었다.(웃음)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입어본 건데. 뭔지도 모르고 입었다가 나중에 들으면 5억, 6억 짜리라더라. '세결여' 덕에 비싼 옷이며 액세서리는 원 없이 걸쳐본 것 같다. 저 혼자 힘으로는 그런 어마어마한 협찬을 받기 어렵다.(웃음) 다들 김 작가님 이름을 보고 협찬을 해주신 거다."

여자 장희진은 다미처럼 일명 '폭탄 머리'를 하거나 새빨간 립스틱도 바르지 않는다. 스스로는  깔끔하면서도 소탈한 패션을 즐긴다. 극중 톱스타라는 설정에 맞게 다소 과장된 이미지를 만드느라 폭탄 머리와 진한 메이크업에도 도전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건 성격. 다미처럼 주위 스태프를 괴롭히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 이건 함께 일하는 소속사 식구들과 관계자들의 증언이 뒷받침한다. 장희진은 함께 일하는 동료와 관계자들로 사이에서 맑고 착한 심성으로 유명하다.
"그런 다미를 연기하려니 실제의 나까지 예민해지더라. 처음부터 고민도 많았던 데다 다미라는 아이가 워낙 감정 기복도 심하고 행동 자체도 과하고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아이 아닌가. 다미의 감정이 한창 극단적으로 달려갈 때는 나 스스로 본의 아니게 내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게 되는 것 같았다. 성격이 예민해졌고 그때쯤 살도 더 빠졌다. 캐릭터에 몰두하다 보니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한창 힘들었다."
그렇다면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장희진도 드라마 속 다미처럼 자신을 밀어내는 한 남자를 바라보며 사랑을 갈구할 수 있을까. 망설임 없이 대답은 "NO"다.
"다미가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왜 이렇게 자존심이 없을까. 자기가 돈도 있고 유명 여배우라는 타이틀도 있고 뭘 그렇게 아쉬워하나 싶었다. 대체 준구가 얼마나 매력적이라고 그렇게 한 남자에게만 매달릴까, 이렇게 사랑이 전부일 수도 있을까, 물음표가 참 많았다."
그런데 지난 5개월 동안 줄곧 다미로 살다보니 막판에는 감정에 이입돼 거침없이 눈물이 나왔다. 원래 대본에는 눈물이 없는 장면인데 연기를 하다보면 저절로 눈물이 흘러 곤란하기까지 했으니까. 그만큼 다미의 감정에 녹아들었던 거 같다고 했다.
"실제 난 소극적인 성격이다. 연애할 때 매달려 본 적도 없고 기다려 본 적도 없고. 솔직히 마음에 아쉬운 게 좀 있어도 아닌 척하고 자존심 부리고.. 그랬는데, 이제는 다미처럼 해야 되는 걸까.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표현하고 그래야 연애 좀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세결여'에서마저 짝사랑을 했다. 장희진은 전작인 '내딸 서영이', '빅' 등 그간의 출연작에서 대부분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사랑하고 기다리는 가련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너무 짝사랑만 하니까 좀 힘들다. 한이 맺힌 것 같다.(웃음) 두 남자에게 사랑받는 은수(이지아 분) 언니가 부러웠다. 이제는 나도 '어장관리녀' 역할 같은 것도 좀 해보고 싶다. 남녀가 함께 교감하는 멜로도 너무 좋겠다."
힘들고 아팠던 만큼 다가온 보람이 더욱 커다란 지금, 배우 장희진에게 '세결여'는 과연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진짜 안하면 후회했을 작품이다. 제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스스로도 그렇고 관계자들이 보시기에도 '장희진이 저런 면도 있구나'라고 새롭게 봐준 기회가 된 거 같다. 연기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마인드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작가님 덕분 아니겠나. 비주얼부터 연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지원해주는 작가님은 없다. 누군가는 그런 걸 간섭이라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작가님의 말씀을 하나하나 따랐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어머니께 칭찬도 들었다고 했다. 그간 딸의 출연작을 보더라도 특별한 코멘트를 하지 않던 어머니는 '네가 이제 연기 좀 하는 거 같네'라며 묵직한 응원의 말을 건넸다. 어머니로부터 인정받은 것 또한 '세결여'가 개인적으로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란다.
"이젠 다미를 빠져나와야 하니까 힐링이 많이 필요할 거 같다. 여행을 갈까 생각 중이다. 영화도 마무리 단계라 하반기에는 스크린에서 다시 뵐 수 있을 것 같다. 당분간은 영화 후반 작업과 함께 충분한 힐링 타임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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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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