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충원의 유구다언] 이동국, 태국 무앙통행...개인연봉 공개가 부를 참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04.04 07: 23

거짓말이다. 만우절 재방송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현재 프로축구연맹이 계획하고 있는 행보가 이어진다면 전혀 무리는 아니다.
지난 1일 프로축구연맹은 2014년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서 활동하는 개별 선수들의 연봉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봉 공개 방안에는 지난해 이뤄졌던 공개 보다 더 구체적이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선수들의 개인별 연봉을 발표하는 등 공개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상황.
지난해 각 구단 전체 연봉을 공개 했을 때 반대가 심했다. 당시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은 발표에서 제외했고 최고액 연봉자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완전히 모든패를 까보자는 심산이다. 더이상 비밀은 없이 야구, 농구, 배구처럼 완전히 공개하자는 취지다.

연맹의 입장은 단호하다. 연맹은 선수연봉이 공개되면 구단이 기업으로서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맹은 "K리그 시장 규모나 수준을 볼 때 인건비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뒤 개선 노력이 따르면 구단의 경영상태가 호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대의견의 목소리도 크다. 클래식과 챌린지 중 일부 구단들은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K리그 경쟁력 약화를 비롯해 시장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K리그 존폐의 문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우선 지난해 연봉공개로 인해 구단들의 살림살이는 줄어 들었다. 예산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곳은 선수단 연봉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내보내야 한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선수단 몸집 줄이기에 나선 구단들이 많다. 또 K리그서 스타로 대접받던 선수들은 대부분 떠났다. 유럽은 고사하고 중국이나 중동 등으로 떠나려고 한다.
또 현재 클래식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K리그를 바탕으로 중국이나 중동 등지로 떠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줄어들면서 K리그의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축구를 즐기는 팬들의 관심도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미디어에게도 외면을 받게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상대적으로 열약한 도,시민 구단들의 생존 방법 중 하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좋은 신인 선수나 잊혀진 선수들을 선발해 능력 있는 선수로 변신 시킨 뒤 이적 시키며 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 데얀, 윤빛가람, 이용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시민구단서 능력을 새로 키워 이른바 대형 구단으로 이적한 것. 이들을 이적시키면서 시민구단은 돈을 벌었다. 구단 운영비에 보태 쓸 정도로 큰 도움이 됐다.
연봉공개가 이뤄지면 이 방법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선수단 규모를 줄여야 하는데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데얀의 경우도 인천에서 서울로 팀을 옮겼고 윤빛가람과 이용래는 각각 성남과 수원으로 옮겼다. 특히 윤빛가람의 경우 정확하게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20억 가량이라는 추정치가 발표됐다. 경남은 윤빛가람을 성남에 보내면서 현금과 함께 선수까지 영입하며 팀 운영까지 신경을 썼다.
모 구단 관계자는 "완전한 연봉공개라면 윤빛가람 경우는 더이상 발생할 수 없는 구조로 변한다. 물은 순환이 되어야지 고여 있으면 썩는다. 따라서 프로축구의 기반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 선수들의 해외이적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연봉공개를 하지 않아 추정치만 알려졌던 상황서 정확한 연봉이 드러난다면 중국과 중동의 돈은 K리그로 침투할 수밖에 없다. 이미 K리그 연봉 수준을 뛰어넘은 상황서 구체적인 금액이 나타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야구와 농구 그리고 배구 등은 해외진출이 제한되어 있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연봉을 공개하는 이들 스포츠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 스포츠와 축구를 비교하는 것은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변명을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중국, 중동 뿐만 아니라 축구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태국도 K리그의 수준급 선수들을 넘볼 수 있다. 태국의 상위권 팀들인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무앙통 등은 이미 K리그서 활약했던 선수들을 영입했다. 국가대표 출신 김동진은 무앙통서 현재 활약 중이다.
자존심 뿐만 아니라 축구의 기반이 약해지는 것이 당연한 결과다. 주력 선수들이 빠져 나가면 껍데기만 남은 리그가 되기 때문이다. 껍데기만 남는다면 축구의 행보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만우절 농담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을 저지른 뒤 해결책을 찾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다. 향후 벌어진 문제점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한 뒤 판을 벌여야 한다. 공치사를 위한 행정은 현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10bird@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