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수, SK의 불 끈 ‘제2의 소방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2 20: 44

SK 승리의 마지막에는 역시 박희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박희수만 소방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빛난 선수는 전유수(28, SK)였다. 팀 공헌도는 이날 불펜 투수 중 으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SK는 1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홀로 5타점을 올린 이재원의 대폭발한 비롯, 활발하게 터진 타선의 힘을 앞세워 10-7로 이기고 2연승을 기록했다. 마운드도 불펜 투수들이 분전했다. 선발 조조 레이예스가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에 4⅓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내려갔으나 나머지 이닝을 불펜 투수들이 나눠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여기서 가장 빛난 선수는 전유수였다.
SK는 1-2로 뒤진 5회 역전에 성공했다. 김강민의 동점 적시타, 그리고 이어진 1사 만루 기회에서 최정의 적시타, 그리고 이재원의 싹쓸이 2루타로 단번에 6-2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레이예스가 이 리드의 흐름을 지켜주지 못했다. 점수차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 탓인지 볼넷을 연거푸 내주며 흔들렸다. 그리고 같은 만루 기회에서 채태인 이승엽에게 각각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흐름은 완전히 삼성으로 넘어갔다. 레이예스가 마운드를 내려갔고 설상가상으로 이승엽의 타구를 쫓던 유격수 박진만이 무릎 부상을 당하며 교체됐다.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전유수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6-6 1사 2루. 여기에 전날 필승조(진해수 윤길현 박정배 박희수)가 모두 소진된 상황이 불펜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 전유수마저 무너진다면 SK는 이날 경기를 그대로 내줄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여기서 전유수가 결정적인 몫을 했다. 이상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린 전유수는 이흥련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으나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추가실점을 막는 위기관리능력이었다. 결국 전유수가 5회를 잘 넘긴 것은 SK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SK는 6회 김성현의 중전안타와 박재상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루에서 조인성이 좌전 적시타를 치며 다시 앞서 나갔다.
전유수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1이닝 남짓들을 소화했던 필승조를 6회부터 투입시키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유수는 흔들림이 없었다. 박한이를 루킹 삼진으로 잡고 깔끔하게 6회를 시작한 전유수는 나바로를 1루수 파울 플라이, 박석민을 1루수 땅볼로 잡고 삼성의 추격을 저지했다. 전유수 덕에 한숨을 돌린 타선은 7회 최정의 2점 홈런으로 다시 힘을 냈다.
전유수의 보직은 그리 빛이 나지 않는 ‘추격조’다. 사실 ‘3D 업종’ 라는 불펜에서도 가장 힘든 보직이다. 필승조는 언제 나갈지 대충 감이 잡히는 반면 추격조는 빠르면 3~4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급히 몸을 풀어야 하고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경기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부담이 적은 것도 아니다. 더 이상의 점수를 허용하면 경기를 그르칠 수 있는 탓이다. 스트레스는 극심하다.
전유수는 그런 상황에서 지난 1년을 풀타임으로 버텼다. 54경기에 나갔고 57⅔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1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오키나와 캠프부터 1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중간계투요원으로 대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투구폼에 약간 손을 보며 제구력을 잡는 데 애썼고 구속보다는 정교함을 기르기 위해 땀을 흘렸다.
그 결과는 올해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 행진이다. 마운드에 오른 상황 차이는 있지만 성적만 놓고 보면 필승조 부럽지 않다. 6명의 기출루자 중 홈을 허용한 주자는 1명 뿐으로 이 수치 역시 준수하다. 전유수가 SK 불펜의 새로운 희망으로 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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