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이다" 김응룡 감독의 자책, 한화의 현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13 07: 01

"감독 때문에 진 경기다. 내 잘못이다".
한화 김응룡(73) 감독이 '내 탓이오'를 외쳤다. 김응룡 감독은 지난 12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전날(11일) 넥센전을 복기하며 "감독 때문에 진 경기였다. 내 잘못이다. 감독이 잘못해서 졌다"고 자책했다. 한화는 11일 경기에서 7회까지 6-1로 넉넉하게 리드하며 승리를 눈앞에 둔 듯했으나 8~9회 대거 6실점하며 6-7로 역전패했다.
송창식·윤근영·박정진·김혁민·최영환 등 이기는 경기에 투입하는 투수들을 총동원하고도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충격은 두 배였다. 비교적 여유있는 점수차에도 넥센 타선의 화력을 의식한 나머지 김 감독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가져갔다. 결과적으로 악수가 되고 말았고, 김 감독 스스로를 탓하기에 이르렀다.

김 감독은 "내가 투수들을 너무 빨리 바꿨다. 선발 송창현도 1이닝 정도 더 던지게 해야 했다. 송창식도 조금 더 길게 가져가야 했다"며 "꼭 잡아야 하는 경기라는 생각에 너무 급하게 투수를 바꿨다. 김혁민도 9회 1이닝만 던지게 해야 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송창현은 총 투구수 86개에서 5회까지 던졌고, 김혁민은 8회 1사 1·2루에서 조기 투입됐다.
김 감독이 자책성 발언을 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선수 탓을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독 때문에 졌다. 내 잘못이다"고까지 스스로를 탓한 적은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우승 감독의 자존심보다는 자신의 판단 착오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향후 투수 운용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재 한화 마운드의 상황을 볼 때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김 감독은 김혁민의 조기 투입에 대해 "그 앞에서 1이닝 정도 막아줄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투수가 없어 김혁민을 일찍 올렸다"며 "마무리를 다시 바꾸기도 어렵다. 김혁민을 1이닝만 던지게 해야 하는데…"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김 감독 역시 김혁민을 '1이닝 마무리'로 쓰고 싶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불펜이 약한 것도 있지만 선발진의 이닝 소화력이 좋지 못해 불펜을 일찍 가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약점이 있다. 한화는 선발 평균 투구이닝이 4.78이닝으로 9개팀 중 최소. 유창식이 지난 1일 대전 삼성전에서 기록한 6⅓이닝이 선발 최다 이닝이다.
안 그래도 힘이 약한 불펜인데 부담해야 할 이닝이 많다는 점이 고민이다. 8패 중 6패가 역전패인데 그 중 4패가 6회 이후 뒤집어졌다.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오히려 2승4패에 그치고 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넘어가는 6회에만 최다 22실점으로 마의 이닝이 되고 있다. 6~9회 실점이 43점으로 전체 실점(75점)에서 57.3%를 차지한다.
김 감독 스스로 인정했듯 성급한 투수 교체가 악수가 되고 있다. 김 감독의 무리한 결정에는 투수력이 약한 한화의 현실이 담겨있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변칙보다는 정공법이 답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의 자책은 그래서 반전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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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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