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가니 뱀’ 삼성 불펜 제자리 찾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4 15: 15

돌직구가 가니 뱀직구가 왔다. 한국무대로 돌아온 임창용(38, 삼성)이 성공적인 복귀 경기를 치르며 오승환(32, 한신)의 빈자리를 메울 적임자임을 증명했다. 불안한 삼성 불펜이 임창용의 가세와 함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창용은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8-8로 맞선 8회 1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 복귀전에서 첫 승을 따냈다. 극적인 승부였다. 삼성은 선발 윤성환이 5회까지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묶으며 6-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8-4로 앞선 상태에서 시작했던 8회 최정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다시 1사 만루 위기. 결국 삼성 벤치는 아끼고 아끼던 임창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임창용은 첫 타자 스캇에게 깊숙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불 붙은 SK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에 힘을 얻은 삼성은 8회 반격에서 경기를 다시 뒤집으며 임창용의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줬고 임창용은 9회 깔끔하게 SK 타선을 돌려세우며 팀 승리를 지켰다. 임창용이 삼성을 ‘싹쓸이’ 위협에서 구한 셈이 됐다.

최고 구속은 구단 공식 기록으로 147㎞였다. 뱀처럼 휘어들어가는 특유의 직구는 여전했고 공격적인 피칭으로 SK 타자들을 공략했다. 팔 각도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공에도 변화를 줬다. SK 타자들은 결국 임창용을 상대로 안타 하나를 치지 못하고 물러서야 했다. 첫 등판치고는 공에 힘도 있었고 제구도 좋았다. 향후 임창용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임창용의 기량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연쇄효과의 유무다. 삼성 불펜은 올해 의외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오승환의 이적으로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기는 하지만 그 하락폭이 생각보다 가파르다. 삼성은 13일 현재 전체 팀 평균자책점이 5.17로 리그 6위에 그치고 있다. 항상 압도적 1위를 달렸던 불펜 평균 자책점은 5.34로 리그 5위다. 삼성 불펜이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역시 오승환이 빠져나가면서 부정적 영향이 컸다. 오승환을 대신해 안지만이 뒤쪽으로 이동하다보니 앞선의 전력이 약해졌다. 여기에 믿었던 안지만(평균자책점 9.64)과 만능키로 여겼던 차우찬(5.68)이 아직까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뼈아팠다. 김현우 김희걸 박근홍 조현근 등 기대를 걸었던 자원들의 성장세도 아직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임창용이라는 거목이 뒷문 앞에 든든히 버티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불펜 운영에 여유가 생기고 나머지 선수들도 계산이 편해진다. 벤치는 물론 선수들도 “8회까지만 막으면 된다”라는 예전의 믿음을 되찾을 수 있다. 무형적이지만 의외로 큰 효과다. 삼성이 돌아온 임창용 효과를 만끽하며 다시 예전의 철벽 불펜을 구축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은 삼성의 반등 키워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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