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찮은 마이너리그, 윤석민의 과제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5 05: 59

시즌 초반이 험난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강한 인내심이 필요한 양상이다. 윤석민(28, 볼티모어)이 좀 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할 전망이다. 메이저리그(MLB) 조기 승격보다는 확실하게 몸을 만드는 것이 당면과제라는 것이 드러났다. 아직 시간은 있다는 게 긍정적이다.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팀인 노포크에서 시즌을 시작한 윤석민은 마이너리그 2경기 등판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그윈넷(애틀랜타 산하)과의 첫 경기에서는 2⅓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안타(1피홈런)를 허용하며 9실점했다. 14일 BB&T파크에서 열린 샬럿 나이츠(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4⅓이닝 동안 6피안타 4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첫 번째 등판보다 두 번째 등판 내용이 좋았다는 것은 한가닥 위안이었다. 첫 경기에서 직구 위주의 몸 풀기 피칭을 펼쳤던 윤석민은 두 번째 경기에서 더 나은 직구 구위와 변화구 구사 능력을 선보였다. 네 차례나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결정구로 사용한 슬라이더에 상대 타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다만 제구가 들쭉날쭉한 부분은 여전했다. 4개의 볼넷을 줬고 가운데 몰린 공은 피안타율이 높았다.

아직 몸 상태가 100%라고 보기는 어렵다. 노포크의 투수 교체에서도 이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윤석민은 다른 선발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75개 정도의 투구수를 소화하고 있다. 14일 경기에서 76개를 던진 5회 1사에서 바로 마운드를 내려간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서서히 한계투구수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좀 더 전력 피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민에게나,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나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다.
구속과 변화구의 위력은 몸이 풀리면 점차 올라갈 일이다.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제구는 관건으로 떠올랐다. 윤석민은 100% 구위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힘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는 아니다. 정교한 제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통한 볼 배합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장타를 허용할 위험성이 있다. 이는 미국 진출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지적이다. 당장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 두 차례의 등판에서는 그런 모습이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구속이 아직 완전치 않다보니 슬라이더의 위력이 반감된 측면이 있었다. 여기에 변화구는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다. 또한 가운데에 몰리는 실투는 여지없이 장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제구력 향상과 실투를 줄이려는 집중력이 필요한 이유다.
조기 승격에 대한 욕심보다는 완벽한 상태를 위해 천천히 준비할 필요도 있다. 어차피 현재 볼티모어의 선발진은 정상이 아니다. 기대를 모았던 우발도 히메네스가 세 차례 선발 등판서 모두 패하며 평균자책점 7.31의 부진을 보여주고 있고 미겔 곤잘레스(1패 9.64), 천웨인(1승1패, 6.75)의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한 해를 전략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남다른 노력은 필수다. 어차피 상대도 MLB 승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타자들이다. 윤석민도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MLB 무대는 가까워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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