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한화 불펜 방화, 원인은 선발 퀵후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16 06: 28

한화 불펜은 왜 자꾸 무너질까.
한화가 또 다시 불펜 난조로 역전패했다. 한화는 지난 15일 광주 KIA전에서 8회말 송창식이 나지완에게 동점 투런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범한 데 이어 9회말 김혁민이 김선빈에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4-5 역전패를 당했다. 시즌 10패 중 7패가 역전패인데 그 중 5패가 6회 이후 뒤집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느껴진다.
▲ 불펜의 한계인가 운용 문제인가

거듭되는 역전패는 결국 한화 불펜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5.54로 9개팀 중 6위인데 마무리 송창식과 김혁민이 경기 후반 차례로 무너지며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박정진과 윤근영을 제외하면 확실한 필승조가 없다. 이기는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구원투수들이 양적·질적으로 한정돼 있다. 투수 운용에 있어 적절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한화 불펜이 갖고 있는 한계이지만 운용상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한화는 가뜩이나 불펜이 약한 팀인데 필승조 투수들이 스코어를 가리지 않고 나온다. 5점차 리드에도 나오고, 뒤지고 있어도 올라온다. 한화는 시즌 14경기를 치렀는데 송창식이 가장 많은 8경기에 등판했으며 김혁민·박정진·최영환이 7경기, 윤근영이 6경기씩 나왔다. 유독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나와 승계주자를 실점으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승계주자 실점율이 44.8%로 두산(52.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15일 KIA전에서 블론세이브를 범한 송창식은 지난 11·13일 대전 넥센전에서 4⅔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KIA전에서 결정타 한 방을 맞고 무너졌다. 하루 휴식이 있었지만 이틀 전 3이닝 34구를 던진 투수에게 타이트한 상황은 무리가 있었다. 더군다나 송창식은 지난 시즌 무리한 투구로 구위 저하를 겪고 있기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팀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지난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2⅔이닝 47개의 공을 던진 넥센 마정길이 3일 휴식을 취하고 15일 잠실 LG전에서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 불펜 과부하 야기하는 선발 퀵후크
한화 핵심 구원투수들이 자주 나오고 있는 데에는 선발투수들이 이닝을 길게 끌고 가지 못한 탓이다. 그런데 과연 선발투수들이 못 던져서 그럴까. 한화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 하고 조기강판된 건 14경기 중 3경기 뿐이다. 퀄리티 스타트도 3경기 뿐이다. 즉 선발투수가 6회를 기점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선발 퀵후크가 많은 팀이 바로 한화다.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가 마치기 전 교체하는 것을 퀵후크라고 한다.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불펜이 강한 팀에서 자주 사용하는 전략. 올해 퀵후크가 8경기로 가장 많은 넥센이 대표적인데 넥센은 퀵후크한 경기에서 7승1패로 높은 승률을 자랑한다. 반면 한화는 불펜이 강하지도 않은데  퀵후크는 7경기로 두 번째로 많다. 7경기에서 한화는 3승4패로 5할 승률이 안 된다.
특히 15일 KIA전에서 선발 앤드류 앨버스는 5이닝 동안 투구수 63개 만에 강판됐다. 실점은 2점 뿐이었다. 그것도 일주일의 시작이자 첫 경기라는 점에서 더욱 의외였다. 앨버스는 벤치의 교체 지시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몸짓으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퀵후크된 한화 투수들의 평균 투구수는 85.1개. 불펜이 두텁지 못한 한화 팀 사정상 선발투수들을 최대한 길게 끌고가도 모자란데 오히려 빨리 바꾸니 불펜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크다.
▲ 김응룡 감독의 투수운용 달라질 수 있나
김응룡 감독은 지난 11일 대전 넥센전에서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6-7 대역전패를 당한 뒤 이례적으로 "감독 때문에 졌다"고 자책했다. 그는 "내가 투수들을 너무 빨리 바꿨다. 선발도 길게 가져가고, 중간 투수도 더 길게 했어야 했는데 급한 마음에 투수들을 빨리 바꾸는 바람에 졌다"고 말했다. 투수 운용에 있어 어느 정도 변화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김 감독의 투수 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다. 선발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바꾸며 불펜을 총동원한다. 이것은 해태 시절부터 뿌리 깊은 김 감독의 오랜 지론이다. 김 감독은 삼성 시절 사장으로 승진하며 선동렬 감독에게 "투수 교체 타이밍은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야구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 투수 교체인데 한 박자 빠를수록 냉정하게 미련없이 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과거 해태나 삼성과 달리 한화는 마운드가 강한 팀이 아니다. 해태 시절 선동렬·송유석, 삼성 시절 임창용·노장진 같은 투수는 없다. 요즘은 예전 투수들처럼 마구잡이로 던지는 시대가 아니다. 김응룡 감독은 KIA전 패배 이후 "투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거듭되는 불펜 난조, 과연 김 감독의 투수 운용은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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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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