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주축 선수의 휴식 절실...전남전서 선택과 집중 불가피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4.18 06: 29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
최근 전북 현대는 웃을 수가 없었다. 지난 3월말과 4월초 성남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을 물리치면서 2연승을 기록한 전북은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FC 서울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했고,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에서는 패배하고 말았다. 지난 12일 울산 현대전에서는 승리를 거두며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는 듯 싶더니 15일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 대결에서는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말 그대로 들쑥날쑥한 경기 결과다. 하지만 일관된 것이 있다. 바로 체력 저하다. 전북은 최근 좋은 성적은 물론 나쁜 성적이 나올 때에도 체력 저하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후반 초반만 되도 선발 투입됐던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 때문에 전북은 이번 시즌 계획한 전방에서부터의 강력한 압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등 본래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멜버른 빅토리(호주) 원정 이후 10경기 동안 단 한 번도 2골 이상을 넣은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당초 전북은 시즌 개막 전 더블 스쿼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주전과 백업 멤버의 전력 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게다가 선수들의 교체로 인해 조직력이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한 탓에 제대로 선수들을 기용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잡으면 되지만, 지난달 8일부터 지난 15일까지 39일 동안 12경기를 소화하는 혹독한 일정으로 전술 훈련을 할 틈이 없다. 선수들의 체력 회복 훈련을 실시한 후 경기를 치르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 선수들에 대한 쏠림 현상이 확연하다. 특히 K리그 클래식에서는 발에 실금이 가는 작지 않은 부상을 당한 이동국이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모든 경기에 투입됐고, 정혁과 한교원, 김기희도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레오나르도와 윌킨슨은 한 경기에 빠졌을 뿐이다. 백업 멤버들을 선발로 내세웠음에도 승부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주축 선수들을 투입하는 모습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무리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경기의 중요도를 따질 수 없지만, 이제는 중요도를 확실하게 따질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전북은 지난 요코하마전에서 승리를 놓치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현재 전북이 속한 AFC 챔피언스리그 G조는 모든 팀의 승점이 7점이다. 그저 광저우와 전북이 골득실에서 앞서서 1~2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멜버른과 최종전서 무승부 이상을 기록해야만 전북은 16강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멜버른전에 앞서 다른 일정이 전북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19일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원정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문제는 전남전을 치르고 멜버른전까지 불과 이틀의 휴식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멜버른의 경우 오는 18일 A리그 경기를 뛰고 한국으로 온다. 장거리 이동의 불리함은 있지만 휴식에서는 하루 더 휴식을 취한다. 게다가 멜버른은 4월 6일부터 11일까지 휴식을 취한 바 있다. 분명 체력적으로는 여유가 있다.
전북으로서는 쉽게 생각할 상황이 아니다. 최소한 무승부가 필요한 상황에서 선제골이라도 내주는 일이 발생하면 조급함이 선수들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만큼 전북에 당황은 어떤 것보다 최악이 될 것이다. 전북으로서는 멜버른전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결국 주축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시간을 마련해야만 한다.
주축 선수들이 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전남 원정에서 완전히 빠지는 것이다. 39일을 쉴 틈 없이 달려온 만큼 한 번의 경기서 빠진다는 것은 무엇보다 달콤한 휴식이 될 것이다.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클래식의 동반 우승을 노리는 전북으로서는 전남전에 주축 선수들을 제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전북은 선두 포항 스틸러스에 승점 2점이 뒤처진 4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두 마리 토끼를 노려 모두를 잡을 수 있다면 최상의 상황이 되겠지만, 첫 번째 토끼를 사냥하다가 놓치게 된다면 허탈함에 빠져 최악의 상황이 된다. 주축 선수들을 투입했다가 승리를 놓치게 된다면, 체력은 더욱 떨어지고 선수들의 사기는 최악이 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멜버른전에서 패배할 경우 이번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를 접어야 한다는 사실은 전북이 멜버른전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전북은 전남전서 신인 선수와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을 믿을 필요가 있다. 유망주 김신을과 권경원을 비롯해 전역 선수인 이상협과 최철순, 이승렬, 김인성, 이강진 등에 대한 신뢰로 동기부여를 해 전남전에서의 승리도 노려볼만 하다. 승리를 놓친다고 하더라도 아직 반전을 일으킬 K리그 클래식의 일정은 많이 남아 있다. 시즌 초반인 지금 전북이 K리그 클래식에서 최상위권에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역전의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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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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