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벌레’ 조웅천 코치, SK 마운드 이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9 10: 30

이만수 SK 감독은 올해부터 지도 방식을 조금 바꿨다. 각 담당파트 코치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했다. 지금까지는 이 감독도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마운드를 총괄하는 조웅천(43) 투수코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밤낮을 잊은 조 코치의 헌신이 SK 마운드 안정에 일조하고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조 코치는 4월 중순 이 감독으로부터 한 가지 과제를 받았다. “성준 수석코치와 함께 휴식일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 대해 연구해오라”라는 것이었다. SK는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을 끝으로 4일 휴식에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이 감독은 이 일정을 활용해 선발 로테이션 순서, 그리고 엔트리 변경 전략을 고민해보라는 과제를 던진 것이다. 조 코치는 여러 각도에서 이를 고민했고 결국 최종본을 이 감독에게 건넸다. 이 감독의 대답은 ‘합격’이었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모았던 것은 선발 로테이션 순서였다. SK의 개막 후 순서는 김광현, 로스 울프, 조조 레이예스, 윤희상, 그리고 채병룡이었다. 그런데 휴식일 이후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울프와 윤희상의 자리가 바뀌었다. 조 코치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던지는 스타일에 따라 강한 팀과 약한 팀이 있다. 그 점을 최대한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상성을 따지는 것인데 선발 로테이션이 계속 돌아야 함을 고려하면 고도의 분석 작업이었다.

조 코치는 “(9구단 체제 마지막인) 올해가 아니면 이렇게 머리를 쓸 일이 없다”라고 웃었지만 이 감독은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감독은 “조 코치가 벌써 일정을 다 짜놓은 상태다. 많이 연구하고 많이 공부를 한다. 이에 대해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18일 문학 KIA전에 김광현을 낸 것도 조 코치의 생각이 반영됐다. 상대 선발이 양현종으로 예상됐지만 김광현의 현재 컨디션,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을 고려하면 이날 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 것이다. 결국 이 작전은 맞아 떨어졌다.
조 코치의 임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투수들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고충을 들어주는 것도 조 코치의 몫이다. 조 코치는 요즘 선수들이 불펜 피칭을 할 때마다 휴대전화로 꼼꼼하게 녹화를 하며 선수들과 함께 잘못된 점을 수정해나가고 있다. 때로는 ‘형님’과 같은 일을 하기도 한다. 코치지만 ‘현역 선배’이기도 한 조 코치는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를 자랑한다. 현역시절과 불펜코치 시절부터 쌓은 신뢰도 굳건하다.
18일 문학 KIA전에서 김광현의 호투를 이끈 것도 조 코치의 조언이 적지 않은 몫을 했다. 조 코치는 “김광현이 ‘나는 당연히 잘 해야 한다’라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런 것에 흔들리지 말라고 주문했다”라면서 “에이스고 최고의 투수이다보니 부담도 많이 받는데 부담을 느끼면 좋은 투구를 못한다. ‘못 던질 때 나오는 말에도 신경을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면담 내용을 설명했다. 조 코치의 조언을 되새긴 김광현도 과감하게 승부하며 7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그렇게 선수 하나하나와 진심이 통하는 사이, SK의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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