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에 조용했던 광양, 잇딴 득점에도 '침묵 세리머니'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4.19 17: 56

21일 만의 필드골. 하지만 기쁨의 세리머니는 없었다. 이동국(35, 전북 현대)은 득점 후 코너쪽으로 가 동료들과 손을 마주잡을 뿐이었다.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부근에서 침몰한 세월호. 19일 오후 5시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30명, 실종된 272명의 생존 여부는 아직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합동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K리그에서도 이번 주말 경기서 행사 및 응원을 자제하기로 했다. 세월호 사건의 슬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19일 오후 4시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전북 현대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사고가 난 진도군에서 K리그 클래식 경기장 중 가장 가까운 광양축구전용구장은 입장 전부터 조용한 분위기였다. 시간이 흘러 양 팀 서포터즈가 골대 뒷편에 모였지만, 어떠한 단체 응원도 실시하지 않았다. 선수들에 대한 응원 걸개도 없었다.

오히려 희생자의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하며 기적을 바라는 내용의 걸개를 걸었다. 전남 서포터즈는 '기적이 필요한 지금 이 순간', '신의 가호로 보살피소서', 전북 서포터즈는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걸개를 걸어 함께 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북 스트라이커 이동국은 전반 30분 이규로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으로 연결해 전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체력 저하에 시달리는 전북에 큰 힘이 되는 선제골이었다. 그러나 이동국은 기뻐하지 않았다. 득점 후 조용히 옆으로 뛰어가기만 했다. 도움을 한 이규로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도 조용히 뛰어가 서로 손을 잡았다. 후반 37분 추가골을 넣은 한교원도 마찬가지였다.
득점포가 잇달아 터졌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여전히 조용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와 같았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로 인한 희생자들에 대한 선수들과 관중들의 애도하는 마음 만큼은 무엇보다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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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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