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볼시비, 당사자 아닌 우규민이 흥분한 이유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4.20 19: 52

한화와 LG가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LG 우완 정찬헌과 한화 내야수 정근우 사이에 벌어진 빈볼 시비가 원인이었다.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양 팀의 시즌 3차전. 6회 정근우는 풀카운트 상황에서 정찬헌의 투구(146km)에 등을 맞았다. 순간 고통을 호소한 정근우는 정찬헌을 바라봤지만 사과의 몸짓은 나오지 않았다. 보통 실수로 맞혔으면 투수가 타자에게 가볍게 사과하는 게 한국 프로야구의 관례. 정근우는 사과하지 않는 후배에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1루로 향했다.
공수교대 과정에서 일이 한 번 더 벌어졌다. 정근우가 출루하며 한화는 1사 1,3루 기회를 맞았고, 김태균의 유격수 땅볼 때 LG 병살 플레이를 방해하기 위해 2루에 슬라이딩을 하며 들어갔다. LG 유격수 오지환은 이를 피하려다 1루에 악송구를 했고 그 사이 3루에 있던 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 장면을 두고 LG 최고참인 이병규는 공수교대 때 정근우에게 한 마디를 했고, 정근우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8회 일이 터졌다.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정근우가 타석에 섰고 LG 마운드는 여전히 정찬헌이 지키고 있었다. 정찬헌은 1구를 몸쪽에 붙였고, 2구로 정근우 등을 다시 한 번 맞혔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쏟아졌고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주먹질 직전까지 갈 정도로 분위기는 험악했다. 한화는 김태균과 이양기가, LG는 우규민과 이병규가 앞장섰다. 전일수 심판원은 정찬헌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특히 우규민은 크게 화를 내면서 한화 선수들에게 항의했다. 우규민은 LG 선수들 중 가장 앞장서서 벤치 클리어링을 이끌었다. 삿대질까지 하면서 소리치는 우규민의 모습에 한화 선수들도 함께 험한 소리를 했다.
사실 우규민은 빈볼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처음 시비가 벌어진 6회는 이날 선발투수였던 우규민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였다. 우규민은 3⅓이닝 4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럼에도 우규민이 앞장서서 벤치 클리어링을 이끈 건 경기에 대한 책임감으로 풀이할 수 있다.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벤치 클리어링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하나로 뭉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LG 쪽에서 먼저 불을 붙였지만, 어쨌든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온 이상 승부(?)는 가려야 한다.
우규민은 벤치 클리어링 도중 정근우에게 '오지환에게 그렇게 깊숙하게 태클을 하면 되는가'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LG 선수단에서 우규민의 행동은 정당성을 얻는다. 팀 후배를 위해 가장 앞장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규민은 이날 경기에서 부진했던 걸 벤치 클리어링을 통해 만회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당사자가 아닌 우규민이 앞장서는 모습은 상대 팀이나 야구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계기야 어찌됐든 벤치 클리어링의 계기는 LG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우규민이 감수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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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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