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광인, “韓 남자배구, AG 정상탈환 노린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4.21 07: 13

어느 종목에서나 평생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 있다. 바로 데뷔 첫 해에만 받을 수 있는 신인상. 2013-2014시즌 V리그에 데뷔해 ‘슈퍼루키’로 이름을 날리며 신인상을 거머쥔 전광인(23, 한국전력)에게 올해가 특별한 이유다.
시즌을 마치고 전광인은 짧은 휴식기를 보냈다. 쉴 틈 없이 달려온 지난 시즌을 마무리하고 푹 쉬며 체력을 회복했다. 15일에는 고향인 경상남도 하동군으로 내려가 제30회 하동군민의 날 행사에 참석, 100년 희망군정 선언문을 낭독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갖기도 했다. 휴식 중간에도 바쁜 시간을 보낸 전광인을 16일 경기도 의왕시의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만났다.
▲ 연이은 패배, 너무나 속상했던 지난 시즌

“시즌 내내 좀 많이 힘들었어요. 솔직히 숙소 돌아가서 혼자 운적도 있고.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게 우리가 한 거다. 이게 우리 실력이다 싶었어요. 꼴찌한 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우리 실력이었던 거죠.”
프로 데뷔 첫 시즌을 돌아봐달라는 말에 전광인은 “많이 힘든 시즌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30경기 출전 616득점으로 정규리그 남자부 득점 상위 5위 중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5.61%로 3위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 밀로스가 부상으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용병급 활약을 펼치며 한국전력의 공격을 이끈 전광인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은 신인상 후보 1순위였다. 그러나 그런 전광인에게 지난 시즌은 한없이 힘든 기억으로 남았다.
“경기를 많이 하고 곧바로 프로 무대에서 뛰게 됐어요.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분이나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서 바로 시즌에 들어가다보니 많이 흔들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전광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담뿍 담겨있었다. 2011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전광인은 이후로도 대학배구와 월드리그를 거치며 일찌감치 ‘대형신인’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2013-2014시즌 드래프트서 한국전력에 지명된 후에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토종거포 중 최고의 기대주로 손꼽힌 전광인은 한국전력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뒷심 부족에 발목이 잡히며 7승 23패(승점 24)로 최하위인 7위에 머물렀다. 꼴찌도 꼴찌지만, 신생팀 러시앤캐시(11승 19패, 승점 34)에도 밀려났다는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전광인은 “자신감은 항상 있었고, 재밌을 것 같았다.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패배가 많아지다보니 그런 마음이 점점 없어졌던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지고 역전패 당하고 그러니까, 즐거운 마음보다는 한 번이라도 이겨보자. 그런 간절한 마음이 더 커졌죠.” 그래도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마음은 밝다. “플레이오프는 무조건 올라가야죠. 몸관리 잘하고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온다면 적어도 중상위권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잘하면 챔피언결정전까지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한국 남자배구의 정상 탈환을 꿈꾸는 당찬 신인
전광인은 꿈이 없다고 했다. “꿈은 그냥 꿈이잖아요. 꿈은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꿈을 꾼다고 말하는거죠. 저는 그래서 꿈이 아니라 목표를 생각해요.” 태극마크를 단 후로 처음 나서는 아시안게임 무대를 앞두고도 전광인은 꿈 대신 목표를 이야기했다.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아에서 우승하지 못한지 오래됐잖아요. 제가 선수로 있을 때 정상에 오르고 싶어요. 운동선수한테 중요한 부분이 병역이다보니 그 문제도 해결되면 더 좋겠죠.”
한국 남자배구는 2006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하락세를 거듭했다.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던 한국 남자배구의 금맥은 아시안게임이었으나,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치며 3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태극마크의 꿈을 키우던 어린 전광인에게는 오래된 기억으로 느껴질 법했다.
“지금 선발됐다고 해서 제가 계속해서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언제 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는데, 들어갔을 때 최선을 다해서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한국이)많이 밀리고 있었는데,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렇게 말한 전광인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까지 몸관리만 충분히 할 수 있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자부했다.
“제일 중요한건 선수들 몸상태죠. 대표팀은 사실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을 모아서 배구를 하는 거잖아요. 몸관리를 철저하게 시켜주면 실력이 극대화될 거라고 생각해요. 밑바탕이 되어있으니 대표팀 들어 온거고, 몸관리만 철저히 잘 되면 컨디션만큼 좋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월드리그와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지난 시즌 막바지에는 정말 안 아픈 곳이 없었다는 전광인 역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혹독한 일정을 생각하면 무섭고 겁이 난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최대한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몸을 만들고, 주의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박기원 남자배구대표팀 감독도 엔트리를 발표한 후 전광인에게 전화를 걸어 별다른 말 없이 “몸관리 잘하라”고 일렀다.
▲ AG에서 넘어야만 할 아시아의 적, 이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전광인의 또다른 목표는 이란을 꺾는 것이다. 전광인이 태극마크를 단 2011년 이후 한국 남자배구는 이란 앞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특히 지난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이란에 세트스코어 0-3 완패를 당해 10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이 좌절된 기억이 선명하다. 2008년 이후 이란전 7연패였다. 당시 전광인은 팔꿈치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꼭 이기고 싶은 적을 눈 앞에 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기억은 전광인의 투지에 불을 붙였다.
“솔직히 일본전은 자신있어요. (태극마크 단 후로)다른 팀들도 한 번씩은 다 이겨봤는데 이란만큼은 아직 이긴 기억이 없으니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꼭 이겨봐야죠. 한 번이라도 이겨보고 싶어요. 피지컬 문제요? 배구는 아무도 모르는 거에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들어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믿어요.”
평생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을 거머쥐고 빛나는 배구인생의 서막을 연 전광인. 한국 남자배구를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려놓고 싶다는 이 당찬 신인이 자신의 목표를 보란 듯이 이뤄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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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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