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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난투사](52)빈병을 머리에 맞은 천보성 코치, 위장 졸도 사건




빈 소주병은 특정인을 겨냥해서 던질 때는 흉기나 마찬가지다. 그라운드에 빈병이나 캔이 난무하던 1980년대 후반, 대전구장에서 일어났던 관중 난동은 자칫 큰 불상사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1989년 5월 17일 대전구장. 삼성 라이온즈와 빙그레 이글스의 시즌 6차전 9회 초 경기 도중 1루 코처스 박스에 서 있던 천보성 삼성 코치가 관중들이 마구 던져댄 빈소주병을 뒷머리에 맞고 실신했다. 아니 정확히는 쓰러져 기절한 척 했다. 극렬한 관중 난동으로 경기는 22분간이나 중단됐다. 도저히 수습이 안 될 지경이었다. 천 코치가 빈병에 얻어맞아 들 것에 실려 나가는 상황이 돼서야 사태는 겨우 수습됐다.  

그해 빙그레는 잘나갔다. 창단 후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를 했던 것이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해태 타이거즈에 1승 4패로 져 첫 정상 정복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시즌 내내 빙그레 응원 관중들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대전구장은 언제나 열기가 끓어 넘쳤다. 

그날은 빙그레는 자랑하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침묵했다. 삼성 선발투수 양일환의 호투에 단 한 점을 뽑는데 그쳐 결국 1-7로 졌다. 빙그레 선발 칼날 제구력을 자랑하던 이상군은 5자책으로 부진했다. 삼성은 롯데에서 이적해 온 김용철의 홈런 등으로 5회까지 6-1로 앞섰고 8회에 한 점을 더 뽑아 승부가 기울었다. 아니나 다를까, 빙그레 응원 팬들은 경기 후반에 빈병과 깡통 따위를 그라운드로 마구 던져댔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어린이 주먹만 한 돌멩이도 날아들었다. 그 와중에 천보성 코치가 빈병에 맞아 들 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던 것이다. 
 

<일간스포츠> 5월19일치 3면 기사는 그날의 관중난동을 현장메모형식으로 이렇게 전했다. “대전 팬은 너무 열정적’이라는 4단 크기 제하의 기사를 보면 ‘17일 대전구장서 관중이 던진 빈 소주병에 맞고 후송된 삼성 천보성 코치는 X-레이 검사 결과 뇌와 뼈에는 별 이상이 없고 타박상이 심해 2~3주만 깁스하고 쉬면 괜찮다는 진단이 나와 불행 중 다행이다.”

부상당한 천보성 코치의 동정을 전한 그 기사는 “‘일등선수 꼴찌관중’ 대전구장 관중 소란행위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빈병, 돌 등을 그라운드 안으로 마구 던지는 행위는 ‘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대전구장 관중들은 그 전해인 1988년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난입, 심판을 구타하는 사태까지 빚었던 터.

빙그레 구단 관계자는 그 경기 후 “대전에 야구가 정착돼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작년(1988년)부터 너무 갑작스럽게 야구 붐이 일다보니 관중들이 사소한 판정시비에도 쉽게 흥분, 소란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 차차 좋아지리라 확신한다.”면서도 매 경기마다 곤욕을 치러야하는 처지를 답답해했다.   

그 관계자의 말은 사반세기가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이제 대전구장에서는 예전 같은 그런 과격하고도 살풍경한 광경은 보기 어렵다. 아직도 극소수 팬이 경기도중 특정 선수나 심판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따듯한 격려와 인내로 한화 구단을 지켜보고 있다.

천보성 코치(전 LG 트윈스 감독)가 그날 그라운드에 일부러 드러누운 데는 사연이 있다.

천보성 전 감독은 최근 “이제 와서 말인데 대전구장 관중 소동이 너무 심해 관중폭력에 대한 경고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병에 머리를 맞으니까 심판이 ‘이 참에 한 번 대전 관중들에게 겁을 줍시다. 아예 드러누우십시오.’라고 해 일부러 뻗은 척했다. 그래서 들 것에 실려 병원으로 가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며 웃었다.

그런 잔꾀라도 쓰지 않으면 관중 소동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아서 짐짓 그랬던 것이다.   그야말로 고육책이었지만 제대로 얻어맞았더라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천보성 코치가 당시 그런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으리만치 대전 구장의 난동은 기승을 부렸다. 

당시 <일간스포츠>에 실린 천보성 코치의 공식 멘트는 점잖지만 심각했다. 

“딱딱한 물체가 목덜미를 때리는 순간, 정신을 잃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이 번뜩 들면서 몽롱해졌습니다. 목덜미를 잘못 맞으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다 야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선수, 관중, 심판 등 3박자가 어우러지는 수준 높은 프로야구가 우리나라에도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들 것에 실려 나가는 천보성 코치와 난동 기사가 실린 당시 일간스포츠 지면 캡처(제공=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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