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분 냄새 대신 이젠 '참 좋은' 엄마 냄새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4.21 08: 36

배우 윤여정의 모성애 연기가 안방극장을 감동으로 물들이고 있다. 헝클어진 머리에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오매불망 자식 걱정에 몸 달아하는 엄마의 속내가 온몸과 얼굴 표정에 담겨 있다. 윤여정의 연기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진실함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이끄는 힘이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KBS 2TV '참 좋은 시절'에서는 장소심(윤여정 분)이 아들 강동희(옥택연 분)를 위해 뜨거운 집밥을 차려주고 격한 모성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날 가출한 후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 강동희가 "배고프다"란 짧은 말로 인사를 하자 장소심은 부랴부랴 상을 차렸다. 그리고 소주 한 병을 놓고 아들과 사실은 진짜 강동희의 엄마인 영춘(최화정 분)과 식탁에 마주했다.
그는 강동희가 자신이 친엄마가 아니란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애끓는 모정을 드러냈다. 사고뭉치 강동희를 키워내면서도 한 번도 때린 적이 없었던 장소심은 이날 "오늘부터 이 에미한테 좀 맞아봐! 그러구 나가버리면 에미 가슴이 어떨지 식구들 마음이 어떨지 왜 생각을 못하냐"고 말하며 손바닥으로 아들의 등짝을 내리쳤다. 그간의 모정이 폭발한 순간이었지만 가녀린 체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떨렸다. 강동희는 "차라리 방망이로 내리쳐라"라며 장소심의 손목을 걱정할 정도.

앞서 장소심은 사연 많은 강씨 집안의 현실적인 가장으로 살면서 자주 눈물바람을 해야 했다. 죽은 남편과 살을 부비고 산 영춘이 강동희를 안고 나타났고 강동석(이서진 분)과 쌍둥이인 강동옥(김지호 분)은 어릴 적 사고로 지적장애를 안고 살게 됐다. 연로한 시아버지의 온갖 수발을 들어야 하고 홀어머니가 되어 자식과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식모살이를 하는 등 누구보다 고단한 삶을 살았다. 옛날 옛적 우리네 흔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참 좋은 시절'에서 윤여정은 이러한 장소심의 우여곡절 삶과 무엇보다도 그를 지배하는 모성 본능을 한마디 대사와 순간의 표정, 때론 온몸을 다한 몸짓으로 호연하고 있다. 단순히 연기 경력이 많은 배우의 연륜과 내공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대표적인 어머니상으로 대변되는 배우 김혜자의 모성 연기와는 또 다른 맛과 감동으로 또 한명의 어머니상이 되었다.
물론 윤여정의 어머니 연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양한 드라마에서 여러 종류의 어머니 노릇을 했지만 '참좋은 시절'에서 유독 그의 모성 연기가 빛나 보이는 건 왜일까. 엄마말고도 숱한 작품에서 도시적이거나 세련된 때론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던 기억 역시 선명한데 말이다.
윤여정은 지난해 5월 SBS '힐링캠프'에 나와 노희경 작가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들이 사는 세상', '거짓말', '유행가가 되리' 등을 통해 노 작가와 여러 번 호흡한 윤여정은 그러나 "노희경이 난 써주지도 않는다. 엄마 역할 같은 건 안 시켜준다"며 삐친 듯 폭로했다. 이에 대해 노희경은 윤여정에게서는 엄마 냄새보다 여전히 여인의 분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극찬하며 화답했지만 윤여정은 노 작가 작품 속 엄마 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참 좋은 시절'의 윤여정표 모성 연기를 보고 있으면 우리 안방극장엔 또 다른 모습의 엄마가 분명히 나타났다. 노 작가 작품 속 엄마는 아니더라도 윤여정표 어머니는 분명히 압도적인 힘을 가진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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