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도박, 4년만에 빛보는가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4.04.21 13: 00

도박이 빛을 보는가
요즘 KIA의 희망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우완투수 한승혁(21)은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1번 지명선수이다. 당시 KIA는 2009년 우승했기 때문에 드래프트 순위로는 꼴찌(8위)였다. 당시 각 팀들의 1번 지명자 순위를 살펴보면 유창식(광주일고-한화), 임찬규(휘문고-LG), 윤지웅(동의대-넥센), 심창민(경남고-삼성), 김명성(중앙대-롯데), 최현진(충암고-두산), 서진용(경남고-SK), 한승혁 순이었다. 
한승혁은 덕수고 시절 150km를 넘는 빠른 공을 뿌린 유망주였다. 2학년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았다. 스캇 보라스가 에이전트였다. 그러나 메디컬 체크 과정에서 장애를 만났다. 팔꿈치 인대에 문제가 드러났다.  대신 타자로 미국에 진출하려고 했다. 한승혁의 미국행은 기정사실화로 알려져 각 구단들이 지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KIA가 느닷없이 한승혁을 찍었다. 이같은 정보를 입수한 KIA측이 한승혁의 아버지 한장석 씨를 설득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조찬관 당시 스카우트(현 kt 스카우트 팀장)는 "아버지 한장석씨와 통화를 했다. 만일 미국에 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1라운드로 지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계약금 수준도 1라운드 지명 자존심을 세워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지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KIA가 팔꿈치 수술을 앞둔 한승혁을 지명하자 다른 구단들이 놀라워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KIA로서는 찍을만한 투수가 없었다. 이미 앞선 지명순위를 가진 팀들이 모두 투수들을 싹쓸이한데다 마땅한 초고교급 야수들도 보이지 않았다.  8~9번 지명순위를 갖게 된 KIA는 결국 한승혁과 화순고 투수 홍건희(현재 상무 복무중)를 지명했다.
KIA는 한승혁을 지명하면서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팔꿈치 수술을 하고 복귀하면 2~3년 이후에는 마운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있었다. 지명과 함께 팔꿈치 수술을 한다는 점도 동시에 알렸다. 그럼에도 팔꿈치 수술 예정선수를 1번으로 뽑은 것은 도박이었다. 계약금은 1억8000만원이었다. 
한승혁은 2010년 가을 수술을 받았고 2011년 가을까지 재활을 했다. 그러다 그 해 가을 지휘봉을 잡은 선동렬 감독은 미야자키 휴가의 가을캠프에서 한승혁을 보자 "직구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며 주목했고 직접 지도까지 했다. 다음 시즌의 불펜 전력으로도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기량은 눈에 띠게 늘지 않았다.
재활을 마치고 마운드에 섰다. 2012시즌 2군에서는 선발과 마무리로 뛰면서 21경기에서 5승2패, 방어율 2.84로 가능성을 보였다. 76이닝동안 60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1군에서 17경기에 등판해 13⅓이닝을 던지면서 1패1홀드에 방어율 7.42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3년에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2군에서 20경기에 등판해 5승6패2세이브, 방어율 3.72를 기록했으나  1군은 11경기에 그쳤고 19이닝을 던져 방어율 4.74. 1군에 그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부드럽지 못한 투구폼과 밸런스가 불안하면서 제구력이 들쭉날쭉했고 변화구도 신통치 않았다. 2년째 자리를 잡지 못하며 그저 그런 투수로 전락할 위기였다. 그러나 한승혁은 작년 가을 투구폼을 고치면서 변화의 의지를 보였다. 왼쪽 어깨가 들리는 점을 고치면서 제구력이 조금씩 조금씩 개선됐다. 직구의 그립도 바꾸고 뒤쪽의 팔스윙도 줄였다.
지난 1월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면서 결정적 기회를 얻었다. 스프링캠프에서 곽정철과 박지훈이 부상으로 낙오했다. 선 감독은 우완 필승맨이 부족하자 한승혁을 주목했다. 전훈 실전부터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불펜으로 등용했다. 개막 후에는 롱맨으로 인상적인 투구도 했다. 4월 3일 NC와의 광주경기에서 4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텼다. 선발 박경태가 부진하자 대체 선발투수로 낙점을 받은 계기였다.
1군 첫 선발투수 데뷔전인 4월 15일 한화전 5이닝동안 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1실점으로 호투하더니 20일 SK경기에서는 6⅔이닝동안 4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3연패를 끊어내고 프로데뷔 첫 승을 거두었다. 117개를 던져도 150km를 찍는 직구의 위력에 물오른 SK 타자들이 밀렸다..
김정수와 이대진 투수코치를 만나면서 마운드에서도 피하지 않는 전투적인 투구로 바꾸었다.  선발투수로 소금같은 활약을 하며 마운드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2경기 모두 3연패를 벗어나는데 기여했다. 여전히 변화구와 제구력이 흔들리는 보완점이 있지만 분명히 KIA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KIA의 도박이 4년만에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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