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G 1승 9패’ LG, 겨울에 제대로 준비했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4.23 06: 09

시즌 초부터 베스트 컨디션으로 달리는 전략은 아니었다. 5월까지는 5할 근처에 승률을 맞추고 6월부터 승부를 보려고 했다. 시즌은 길고, 매년 그래왔듯 성패는 시즌 중반부터 갈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무 많이 쳐지고 있다. LG가 최근 10경기 1승 9패, 시즌전적 4승 12패 1무·승률 2할5푼·5할-8로 일주일이 넘게 최하위에 자리 중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경기 운영과 엔트리 활용에서 지금까지도 시범경기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여전히 투수들의 컨디션, 활용 방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야수진 베스트 라인업도 모호하며 기대가 높았던 신예들도 부진하다. 그저 매 경기 혼란 속에서 패배만 쌓고있다.  
▲ 리그 최강 마운드, 빛 좋은 개살구였나?

지난해 LG의 성공요인은 마운드였다. 리그 최강 불펜진, 그리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발진을 앞세워 팀 평균자책점 1위(3.72)를 달성했다. 마운드가 탄탄했기 때문에 항상 계산이 서는 경기를 할 수 있었고, 득점 쟁탈전보다는 투수전, 쉽게 이기는 경기 그리고 역전승이 많이 나왔다. 자연히 경기시간도 한 경기 평균 3시간 19분으로 짧은 편이었다.
올 시즌도 LG 마운드는 청신호를 쏠 것 같았다. 비록 1선발 에이스 레다메스 리즈가 없지만, 불펜진은 건재했다. 스프링캠프서 김선우 신승현 윤지웅 정찬헌 등이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며 보다 안정된 투수진이 될 것으로 보였다. 외국인 선발투수 두 명은 물음표였으나, 대체자원이 많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듯했다.
그런데 시즌 개막부터, 아니 시범경기부터 삐걱거렸다. 시범경기 기간 동안 코리 리오단의 국내 무대 적응이 원활치 않았다. 토종 선발진을 이끌 류제국도 시즌 개막에 컨디션을 맞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LG는 개막 2연전 첫 경기에 선발 로테이션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김선우를, 두 번째 경기에는 불과 두 달 전 고등학생이었던 신인 임지섭을 선발투수로 등판시켰다.  
지금까지 17경기를 치른 가운데 선발승은 2승으로 리그 최하위, 선발진 퀄리티스타트는 4회로 리그 8위, 선발진 평균자책점도 5.46으로 리그 8위다. 기록보다 심각한 것은 벤치의 판단력이다. 경기 중 투수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22일 대구 삼성전만 봐도 그렇다. 선발투수 리오단이 6회말 투구수 90개가 가까워지면서 급격히 구위가 저하됐으나 벤치의 대처가 늦었다. 첫 타자 이영욱을 상대할 때부터 패스트볼 구속이 130km대로 떨어졌고, 결국 김상수와 나바로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중계화면상 나바로에게 맞은 공은 137km짜리 투심패스트볼이었다.
주중 첫 번째 경기, 게다가 정찬헌의 징계로 투수 엔트리 한 자리가 지워진 상황서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리오단이 이영욱에게 도루를 허용하고, 두 번의 1사 3루 상황서도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불펜에서 신승현이 몸을 풀기 시작한 게 전부였고, 6회말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1-7, 이미 승부는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 의미 없는 내야진 시험...한 발 늦게 가동된 내야 베스트
포수 윤요섭이 어깨 부상으로 개막전에 맞추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오지환의 늦은 콜업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투수가 잘 던져도 수비가 받쳐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지난해 LG가 강했던 것은 마운드만큼이나 수비가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오지환과 손주인 키스톤콤비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더블플레이를 성공시키며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기태 감독은 오지환이 부상당하지 않았음에도 오지환을 쓰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범경기서 덕아웃을 지키게 했고, 개막 후 10일이 넘게 1군 엔트리서 제외시켰다. 오지환 만큼 수비범위가 넓고 어깨가 강한 내야수가 없음에도 권용관을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그리고 LG는 오지환이 1군에 올라오기 전까지 8경기서 경기당 하나에 가까운 실책 7개를 범했다.
김기태 감독의 눈에 거슬렸던 것은 오지환의 타석에서의 모습이었다. 오지환은 풀타임을 소화하기 시작한 2010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총 삼진 429개를 기록, 이 기간 동안 한화 최진행에 이은 최다 삼진 리그 2위에 올라있다. 김 감독은 삼진이 많은 오지환이 타석에 들어설 때면 작전을 걸기 힘들었다. 오지환 타석에서 공격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잦았다.
그렇다고 내야 수비의 핵을 빼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 1루수 정성훈, 3루수 조쉬 벨로 코너 내야가 모두 바뀐 상황에서 시범경기에 적게 나가는 것은 준비가 늦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오지환을 1군에 올렸고, 이후 오지환은 16일 잠실 넥센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서 유격수로 선발 출장 중이다.
▲ 작년과 정반대...너무 조용한 신진 세력  
LG가 스프링캠프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신예선수들의 성장이었다. 지난해 깜짝 활약을 펼쳤던 김용의와 문선재를 비롯해 박용근 백창수 최승준 등의 기량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장 이진영 또한 “스프링캠프서 후배들이 마치 선배들을 잡아먹으려는 듯 달려들었다. 이로 인해 고참급 선수들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시즌 LG가 무섭게 승수를 쌓았을 당시, 김용의와 문선재의 깜짝 활약이 있었다. 정의윤도 4번 타자로서 맹타를 휘둘렀다. 한 번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이들 모두 올 시즌에는 보다 꾸준히 활약할 것 같았다. 덧붙여 매년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는 선순환을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용하다.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베테랑 4인방, 그리고 외국인타자 조쉬 벨 외에 눈에 띄는 타자가 없다. 정의윤이 최근 페이스를 올리는 게 희소식이지만, 김용의와 문선재는 지난해보다 못하다. 백창수와 최승준은 아직 1군 경기에 서지도 않았다.
▲ 2013시즌 이맘때는 어땠나?
지난 시즌에도 LG의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다. 4월 내내 5할 언저리를 맴돌다가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창원 NC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줬고 급격히 추락했다. 그래도 마운드가 안정됐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LG는 2013시즌 4월 24일에 지금과 똑같은 17경기를 치렀다. 당시 전적 10승 7패, 평균자책점은 4.17로 리그 3위에 자리했다. 올 시즌 17경기를 치른 지금  팀 평균자책점 5.46으로 리그 8위다. 1점 이상을 더 주고 있고, 5계단이나 하락했다.
물론 아직 111경기나 남았고 그만큼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5월내로 5할 승률을 바라볼 정도의 승은 쌓아야한다. 일주일에 1승만 올리는, 지금의 페이스가 몇 주만 더 반복되면 회복할 수 없다. 2013시즌 밑바닥은 5월 18일 14승 20패 5할 승률 -6이었는데 그때도 팀 평균자책점은 3.94로 리그 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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