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차, 9년 ‘무도’의 발빠른 위기 대처법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4.24 09: 00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다시 한 번 즐겁지 않은 소식의 중심에 서게 됐다. 멤버 리쌍 길이 23일 음주 운전 단속에 걸리게 된 것. 결국 길은 그날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진 하차 소식을 전하며 '무한도전'과 5년만에 작별하게 됐다. 자진 하차 의사가 있긴 했지만, '무한도전'의 입장에선 5년간 함께 한 멤버의 갑작스런 하차에 아쉬움이 많을 터. 그럼에도 제작진은 길의 하차를 신속하게 처리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무한도전' 측의 이처럼 빠른 결정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무한도전’ 측은 지난 23일 오후 보도 자료를 통해 “4월 23일 새벽 ‘무한도전’ 출연자 길 씨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사과의 의사를 전했다.
이어 “국민 모두가 슬픔과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힘든 시기에 불미스러운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더욱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에 시청자 여러분이 느낄 실망감이 얼마나 크실지 짐작하기에 저희 제작진 또한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시청자들의 입장에 공감을 표했다.

‘무한도전’ 측에 따르면 길은 사건 직후 제작진에 하차 의사를 밝혔으며 제작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때문에 프로그램은 당분간 6인 체제로 녹화가 진행되며 길이 출연한 최근 촬영분 중 일부는 편집될 예정이다.
이처럼 '무한도전'이 재빨리 길의 음주운전 사건과 자진 하차 의사를 받아들이며 공식 입장을 보도한 배경에는 9년간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몸소 배워온 ‘무한도전’만의 위기대응 메뉴얼이 작용했다. 지지부진 끌기 보다 시청자들의 정서에 따라 빠른 처리를 하는 것이 언제나 프로그램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9년간 체득한 것.
그간 '무한도전'에는 프로그램의 인기 만큼 길의 음주사고 외에도 적지 않은 사건과 논란들이 벌어졌다. 최근 가장 큰 사건은 '2013 자유로 가요제'의 참가자였던 작곡가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 당시 '무한도전' 측은 박명수와 프라이머리가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던 이 곡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자, 빠른 시간 내 해당 음원의 판매를 금지하고 입장을 발표, 프로그램 관련 논란을 불식시킨 바 있다.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인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무한도전'의 위기 대처법이다.
더불어 길의 빠른 하차 결정에는 시기적인 이유도 한 몫했다.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가 아직 수습되지 않은 때 논란이 더 커질 경우 비난의 화살은 길 본인 뿐 아니라 프로그램과 다른 멤버들에게까지 퍼질 우려가 없지 않았다. 이는 '무한도전' 뿐 아니라 자진 하차 의지를 표명한 길에게도 깔끔한 마무리는 아닐 것이 분명하다.
9년을 함께 하며 '무한도전' 멤버들은 어느새 시청자에게 가족이나 친구처럼 친근한 존재들로 자리잡았다. 이는 5년을 함께 한 길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의 하차가 못내 아쉬움을 남기긴 하지만, 발빠른 대처법만은 옳은 선택이었다.  
한편 앞서 길은 이날 오전 0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근에서 500m 가량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길은 소속사를 통해 “현재 음주 운전을 한 사실에 대해 변명의 여지없이 깊이 반성 중”이라면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팬들과 그간 사랑해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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