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팔 본색' 유창식, "에이스? 한참 멀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25 06: 27

"2점대라니, 내가 봐도 어색하고 신기하다".
한화 좌완 유망주 유창식(22)은 스스로 생각해도 뿌듯한 듯했다. 지난 24일 대전 두산전에서 4전5기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유창식은 평균자책점도 2.78에서 2.12로 더 끌어내렸다. 두산 유희관(1.91)에 이어 이 부문 전체 2위. 지난해까지 통산 평균자책점이 5.76이었던 유창식이기에 2점대 평균자책점은 스스로 봐도 놀랍다. 입단 4년차를 맞아 7억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ERA·피안타율 2위 에이스급 성적

유창식은 "오늘(24일) 경기 전 평균자책점을 보니까 2.78이더라. 내가 봐도 어색하고 신기했다"며 웃은 뒤 "오늘 경기로 1점대까지 내려가길 기대했는데 조금은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즌 목표에 대해 "3점대 평균자책점이다. 아직 몇 경기 안 했다. 초반이라서 2점대인 것일 뿐"이라며 자만하지 않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시즌 초반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유창식의 출발은 매우 인상적이다. 5경기 모두 5이닝 이상 꾸준하게 던지고 있는 그는 5경기를 모두 2자책점 이하로 막아내고 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미비하고, 불펜·수비도 뒷받침되지 않았기에 매경기 '5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성적은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그의 안정성을 잘 보여준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유창식은 순위권에 있다. 평균자책점 2위를 시작으로 투구이닝 3위(29⅔) 피안타율 2위(0.206) 퀄리티 스타트 공동 3위(3경기)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만하면 에이스라는 호칭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법 하지만 유창식은 "아직 에이스는 아니다. 한참 멀었다. 완봉은 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 커브 장착과 구위 회복, 두둑한 배짱
유창식의 성장은 기술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부분을 나눠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서드피치 커브의 장착이 결정적이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 투수였던 유창식은 올해 커브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어느 한 순간 구종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때가 있다"며 "커브를 장착함으로써 레퍼토리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유창식은 24일 두산전에서 커브를 3개밖에 던지지 않고, 24개의 슬라이더를 적극 활용했다. 커브를 안 던져도 머릿속에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심어줘 상대와 수싸움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 직구의 힘이 예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두산전에서 삼진을 4개 잡았는데 그 중 3개가 직구를 결정구삼아 정면승부로 잡아낸 것이다. 겨우내 러닝 및 하체훈련으로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최상의 몸 상태다. 스스로도 "올해는 몸 상태가 정말 좋다"고 자신한다.
심리적으로는 여유가 생겼다. 유창식은 "위기 상황에도 자신이 있다.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보이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올해 유창식은 올해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이 1할5푼9리 불과하며 득점권 피안타율은 1할2푼으로 더 낮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위기에서 급격하게 흔들렸지만 이제는 집중력을 갖고 침착하게 막아낸다. 정민철 코치는 "느린 공을 던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유창식에게도 마운드에서 여유와 용기가 생겼다.
▲ 이닝은 늘리고, 볼넷을 줄여야
첫 승을 올리기까지 유창식에게는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거듭된 호투에도 야수들과 불펜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눈앞에서 날아간 승리가 두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선발로서 길게 던지지 못했다. 개인 승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난 내 할 일을 해야 한다.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앞으로 이닝을 많이 던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유창식의 7이닝은 올해 한화 투수 최다 투구이닝이었다.
또 하나는 영원한 과제, 제구력이다. 29⅔이닝 동안 볼넷이 23개나 된다. 5경기 모두 3볼넷 이상 허용했다. 구위가 좋은 날에도 밸런스가 흐트러져 원바운드성 공을 던지거나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유창식은 "여전히 제구가 완전치 않다는 걸 안다. 앞으로 볼넷을 더욱 줄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닝이터가 돼 볼넷을 줄이면 유창식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진짜 에이스가 될 것이다.
waw@osen.co.kr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