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이경규 겨냥한 화살, 엄숙주의 가장한 마녀사냥일 뿐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4.30 15: 38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지난 26일 저녁, 광주발 김포행 대한항공에 탑승한 방송인 이경규는 점퍼 차림에 잔뜩 풀이 죽은 표정이었다. 탑승 전엔 행여 사람들이 알아볼까 싶어 모자를 푹 눌러쓰고 흰 마스크까지 착용했다고 한다. 전남 화순에서 지인들과 골프 회동을 했다가 YTN에 이 사실이 보도되며 서둘러 상경하던 그의 얼굴은 한 눈에 봐도 어두웠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 승무원이 전했다.
 
25일 홍콩에서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 행사에 참여한 이영애도 한 인터넷 언론 때문에 본의 아니게 구설에 올라야 했다. 이영애와 업체 측은 “1년 전부터 약속된 행사였고 우리 한복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자리라 취소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게스트라 행사 불참이 자칫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두 연예인의 공통점은 ‘지금이 어느 때인데’라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뉴스의 표적이 됐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이 마당에 굳이 골프를 쳐야 하고, 해외에서 열리는 명품 행사에 참석해야 했느냐는 일종의 질타인 것이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은 오히려 이를 문제 삼은 언론사를 나무라는 분위기다. ‘이경규씨가 고위 공직자도 아니고 골프도 엄연한 운동인데 코투리 잡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사회 전반에 퍼진 애도 분위기와 엄숙주의를 감안하지 않은 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골프를 쳤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코너로 모는 건 게이트키핑을 거치지 않은 넌센스라는 생각이다.
 
만약 이경규가 동네에서 탁구나 배드민턴을 쳤다면 그것도 문제가 되는 걸까. 알게 모르게 골프가 여전히 귀족 스포츠이고, 인기 많은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해프닝은 아닐까. YTN이 만일 같은 장소에서 국회의원이나 장관의 접대 골프 사실을 고발했다면 아마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이런 역풍은 맞진 않았을 것이다. 그건 공직자들을 감시하는 언론의 순기능에 충실한 용감한 보도 행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경규는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유명인일 뿐 공인이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평소 모범을 보일 필요는 있지만, 이 역시 강제나 의무 사항은 아니다. 애도 방법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면 기부도 할 수 있고, 합동분향소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왜 당신은 빌딩 부자인데 기부하지 않느냐’ ‘왜 당신은 나만큼 슬퍼하지 않느냐’라며 팔짱을 끼고 노려보는 건 상대에 대한 간접 폭행이 될 수 있다.
 
이영애 역시 한복을 입고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에 참석한 건데 이걸 왜 문제 삼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혹시 명품 행사라는 어감이 주는 거부감과 모든 연예인은 스케줄을 취소한 뒤 외출을 삼가야 한다는, 편협함에 갇힌 발상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연예인들에게는 남들이 내지 않는 세금 항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유명세’다. 연예계에서 20년 넘게 이 세금을 성실히 내고 있는 잔뼈 굵은 이영애 이경규를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숱한 일을 겪으며 늘 대중 보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노련한 그들이 경솔한 언행을 해 비난을 자초할 확률은 굉장히 낮다. 이경규 기사에 달린 한 네티즌의 댓글이 두고두고 아프게 뇌리에 남는다. ‘모든 논란은 기자가 만든다.’ 엄숙주의를 가장한 마녀사냥은 스스로의 품격만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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