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은 엄태용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5.03 06: 36

"커브를 3개 연속 던지는 게 어디있나".
지난달 30일 대전구장. 롯데의 9회초 공격이 끝난 뒤 공수교대가 되자 김응룡 한화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어느 누군가를 손짓으로 불렀고, 덕아웃 뒤쪽 공간으로 들어갔다. 누가 무엇 때문에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았을까.
불려간 선수는 다름 아닌 포수 엄태용이었다. 한화가 4-5로 뒤진 상황이라 9회초만 잘 막으면 9회말 역전 기회를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구원으로 나온 최영환이 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1실점했고, 한화는 2점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4-6 패배를 당했다.

김 감독이 엄태용을 부른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김 감독은 "엄태용을 뒤로 불렀다. 혼낸건 아니고 볼 배합에 대해 이야기했다. 커브를 3개 연속 던지는 게 어디있나. 직구는 3~4개 연속 던져도 제구하는 데 문제없지만 커브를 3개 연속 던지면 직구 제구가 힘들어진다. 포수라면 그런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회 첫 타자로 나온 대타 최준석과 승부에서 최영환은 직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연속해서 커브를 요구하다 제구가 흔들렸다. 결국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볼 배합 하나로 인해 투수가 흔들렸다는 의미.
김 감독이 경기 중 포수를 따로 부른건 이날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4일 대전 두산전에서는 폭투로 추가 실점을 내준 포수 김민수를 공수교대 때 덕아웃 앞에서 직접 1대1 블로킹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프로 선수들이 경기 중 감독에게 훈련과 조언을 듣는 이례적인 장면이 김응룡 감독과 한화 포수들에게서 자주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에게 직접 1대1 블로킹 훈련을 받은 신인 포수 김민수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감독님도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렇게까지 하셨을까"라며 스스로 반성했다. 김민수와 엄태용은 조경택 배터리코치와 함께 경기 전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김 감독에게 보답하고자 노력한다.
두 선수를 바라보며 김 감독은 "훈련 때 그렇게 힘을 빼서 되겠느냐"고 면박을 주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조경택 코치에게는 "어린 선수들이니까 경기와 훈련을 병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어떻게든 확실한 포수를 키워야 팀 재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판단. 그래서 직접 두 팔을 걷어붙였다. 언제쯤 그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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