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이닝 불펜' 윤규진, 한화 떠받치는 '중무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5.09 06: 03

이제 그가 없는 한화 마운드는 상상할수 없다. 우완 강속구 투수 윤규진(30)이 투혼의 피칭으로 실질적인 마무리 역할을 하고 있다.
윤규진은 지난 8일 잠실LG전에서 2이닝을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한화가 6-2로 리드한 상황이라 세이브 요건은 아니었지만 윤규진은 7이닝을 소화한 선발 송창현에 이어 마지막 2이닝을 책임졌다. 한화 마운드의 윤규진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윤규진은 올해 11경기에서 1승1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하고 있다. 기록 자체만 보면 크게 두드러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소화한 이닝은 27⅓이닝으로 전체 구원투수 중 가장 많다. 두산 윤명준(20⅔이닝) 넥센 조상우(20⅓이닝)도 윤규진의 이닝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윤규진은 구원투수임에도 이례적으로 규정이닝을 채우며 평균자책점 전체 12위에 랭크돼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전체 일정의 23.3%를 소화한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등판 경기수는 11경기이지만 이닝수는 그 두 배를 넘는 '롱맨'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6일 광주 KIA전에서 4회부터 구원으로 나와 9회까지 책임지며 5⅓이닝 67구 구원승을 올렸고, 1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6회부터 9회까지 4이닝 74구 무실점 세이브를 올렸다. 올해 2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7차례로 1이닝 이하로 던진 것은 2경기 뿐이다.
한화는 고정된 마무리가 없는 팀이다.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경기에 우완 윤규진과 좌완 윤근영을 집중 투입하고 있는데 갈수록 윤규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등판 간격은 비교적 널널한 편이지만 나올 때마다 30구 이상의 공을 던지고 있다. 1경기 빼고 전부 30구 이상 뿌렸다.
이 같은 윤규진의 활약은 1990년대 마무리투수들을 연상시킨다. 당시 마무리투수들은 6회부터 투입되는 경우도 예삿일이었다. 1993년 해태 선동렬(0.78) 1996년 한화 구대성(1.88) 1999년 삼성 임창용(2.14) 2000년 한화 구대성(2.77)은 마무리로 활약하며 규정이닝을 채워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당시 마무리들은 중간의 역할까지 해서 '중무리'라고도 불린다. 윤규진의 상황이 딱 이렇다. 지칠 법도 하지만 윤규진은 웃는다. "많이 던질수록 좋다. 내일을 생각해서 조금 던지는 건 별로"라는 게 윤규진의 말. 그는 "많은 이닝을 던지며 안 아픈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06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바 있는 윤규진이기에 충분한 휴식과 세심한 관리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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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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