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시장 ‘큰손’ 삼성, 왜 ‘빈손’으로 전락했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5.16 15: 38

두둑한 지갑을 들고 장을 보러 나섰지만, 돌아오는 장바구니는 텅텅 비었다. 자유계약시장 ‘큰손’ 삼성의 모습이다.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 1차 협상이 지난 15일 마감됐다. 함지훈, 양희종, 정영삼, 문태종, 김영환처럼 원소속팀 잔류를 선택한 선수가 많았다. 그 와중에 김태술, 이광재, 강병현, 장민국, 김현중, 김종범은 사인&트레이드 형식으로 팀을 옮기게 됐다. 여러 팀들이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유독 삼성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은 아직 FA시장에서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못했다.
삼성은 가장 지갑이 두둑한 팀이었다.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되찾으려 이상민 감독이 부임했다. 주전급 이관희가 상무에 입대했다. 재계약이 결렬된 김승현, 황진원은 은퇴를 선택했다. 삼성은 샐러리캡에 여유가 넘쳤다. 이에 벼르고 나온 삼성이 비시즌 제대로 지갑을 연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대어급 선수 2명을 동시 영입한다는 말도 나왔다. 구단 역시 FA영입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었다.

문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있는 물건이 없었다는 점이다. 각 구단이 보상조건이 까다로운 2차 협상에 응하기 전에, 1차에서 선수를 맞바꾸는 ‘사인&트레이드’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물물교환을 하는 시대에 돈은 휴지조각에 불과한 셈이다.
이성훈 삼성 단장은 16일 OSEN과 통화에서 FA영입 실패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금 사인&트레이드가 추세다.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 협상을 타결하면 (우리로서) 방법이 없다. 사인&트레이드는 규정상 문제는 없다. 다만 이를 성사시키려면 해당구단 및 선수와도 조건이 맞아야 한다. 우리는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경쟁력이 안됐다”고 해명했다.
선수와 선수를 맞바꾸려면 타 구단에서 탐을 낼만한 A급 선수 혹은 연봉대비 효율이 좋은 B급 선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삼성에는 그런 선수가 아무도 없다. 이에 삼성은 제대로 베팅을 해보지도 못하고 물러선 셈이다. 
이 단장은 “여러 선수를 염두에 뒀다. 전력보강을 하자는 것은 이견이 없었다. 사인&트레이드도 타진을 했다. 각 구단에 협조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시장에 나온 선수를 적극적으로 잡을 생각이었는데 기대만큼 1차 협상이 결렬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1차 협상이 결렬돼 시장에 나온 선수 중 최대어는 송창무, 한정원으로 후보센터들이 전부다.
이제 모든 구단들이 사인&트레이드를 선호하고 있다. KBL이 만든 FA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팀에 좋은 선수가 많으면 우승을 원하는 또 다른 A급 선수 영입도 쉽다. 하지만 선수가 부족하면 애초에 다른 좋은 선수를 영입할 기회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 단장은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지고 있다. 구단도 나름대로 열심히 뛰고 조율했지만, (트레이드할) 조건이 안 맞으니 어쩔 수 없었다. FA제도가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상민 감독은 현역시절 ‘컴퓨터 가드’라고 불렸다. 하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라도 좋은 재료 없이 요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상민 감독의 험난한 프로 첫 시즌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 단장은 “전 포지션에 보강이 필요하다. (1차에서) 결렬된 선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전력보강이) 부족하니까 다음 시즌 더 열심히 훈련하고 땀 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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