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한도전', 국민 예능이 한국 정치를 논했다
OSEN 임승미 기자
발행 2014.05.18 07: 05

'무한도전'이 적나라한 정치 풍자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곧 다가오는 6.4 지방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모습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차세대 리더로 선출되기 위한 후보 단일화 과정과 함께 정관용의 진행으로 열렸던 최종 TV 토론이 전파를 탔다.
'무한도전'의 각 후보들은 후보 등록하기 전부터 후보 단일화에서도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쳤다. 다소 낮은 지지율을 갖고 있던 정준하, 박명수, 정준하는 군소후보연합을 만들었지만 이내 지지율을 많이 가진 후보들에게 붙었다가 다시 쉽게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군소후보들의 모습은 우리의 정치와 닮아있었다.

군소후보연합은 배신과 갈등을 겪은 후 각자 노선을 정했다. 하하와 정준하는 후보 탈퇴와 동시에 정형돈을 지지했다. 또 박명수는 유재석의 당선을 막겠다는 기존의 공약을 철회하고 유재석을 지지하며 후보를 탈퇴했다. 결국 유재석, 노홍철, 정형돈이 최종 후보가 돼 선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검은 계약서의 등장과 은밀한 협상 등이 진행되기도 했다. '선택 2014'는 우리의 정치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종 토론회에서는 더 치열하고 열띤 정치 공방이 펼쳐졌다. 핵심공약 발표는 각 후보자와 지지자들의 폭로로 이어졌다. 유재석과 노홍철은 각 후보와 지지자들의 일상을 몰래 관찰한 영상으로 네거티브 전을 이어갔다. 짜깁기된 영상으로 이뤄진 몰래 카메라는 후보와 지지자들의 반발을 불어 일으켜 몸싸움과 거친 발언까지 이끌어 내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질문에 대한 요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할말만 하는 모습은 우리가 대선 토론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방송 말미 유재석을 지지한다던 박명수는 마음을 바꿔 정형돈에게 힘을 실었다. 정형돈이 이끄는 가나바당은 군소후보연합이 뭉쳐져 점점 세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이 같은 상황은 높은 지지율을 가진 노홍철과 유재석에게는 다소 위협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로를 물고 뜯고 토론회는 점점 그 본질을 잃어갔다. 우리가 선거철 마다 봐왔던 TV토론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무한도전' 각 후보들은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울 뿐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법 등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상대를 공격하는 관찰카메라는 다소 자극적이었고 제대로 된 공약대신 화려한 언변이 난무했다. 자극적인 공약에 허울뿐인 토론회는 재미와 동시에 씁쓸함을 안겼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많은 사회이슈를 예능 속에서 날카롭게 풍자해 시청자들의 많은 인기를 얻어왔다. 이번에도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정치 풍자를 예능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냈다. '무한도전'의 이번 특집은 올바른 선거 문화를 이끌고 있지 않은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돌직구로 일침을 가했다.
'무한도전'의 차세대 리더는 오는 22일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표소에서 본 투표를 실행한 후 결정된다. 이번 후보 단일화 과정과 토론회를 본 시청자들의 선택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 새로운 '무한도전'을 이끌 차세대 리더는 누가 될지, 또 당선된 후보가 자신이 내건 공약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nthelsm@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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