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켓의 노히트노런 비결은 커브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4.05.26 06: 47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무엇이 메이저리그 14년차 베테랑 투수의 생애 첫 노히트 노런을 가능하게 했을까.
26일 시티즌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원정경기에서 볼넷 3개만 내주고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세운 LA 다저스 조시 베켓은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아니 스프링 캠프 때만 해도 재기가 의심되는 선수였다. 갈비뼈 제거 수술에 이은 오른 손 엄지손가락 마비증상에 시달렸다. 겨우 4월 10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지만 이번에는 승리가 따라오지 않았다.  2012년 9월 3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14연속경기 선발 등판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6패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나 14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연승을 하더니 26일에는 대기록으로 자신의 시즌 3연승을 장식했다. 베켓이 3연승 이상을 달성한 것은 2011년 9월 17일 이후 처음이다.
물론 3연승을 거두기 전까지 베켓은 승리와 인연이 없었을 뿐 투구 내용은 훌륭했다. 돈 매팅리 감독이 14일 베켓의 시즌 첫 승 후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베켓은 늘 6,7회를 던지는 투수다. 오늘도 그렇게 했다”며 짐짓 별 일 아니라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올 시즌 베켓의 가장 달라진 모습은 커브에 있다.  가장 흔한 구질이고 선발 투수 대부분이 사용하는 바로 그 커브다.
베켓은 젋은 시절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파이어 볼러였다. 2007년 시즌만 해도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하 연평균 구종 및 구속 데이터는 BROOKSBASEBALL.NET 기록에 의거)이 95.88마일, 싱커의 구속이 96.02 마일이었다. 당연히 2007년 포심패스트볼의 구사 비율은 39.2%, 싱커의 비율은 25.84%였다. 10개를 던지면 6개가 빠른 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누구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는 법. 2008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구속은 지난 해에는 포심 93.02마일, 싱커 92.93마일까지 내려갔다. 더 이상 파이어볼러가 아니었고 다른 대책을 세워,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처음 베켓은 커터의 사용 비중을 높혔다. 2008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커터는 2011년 18.67%로 늘었고 2012년 21.21%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는 커터의 사용 비중 역시 줄이고 대신 커브를 많이 던지기 시작했다. 여기엔 다저스 포수 A.J. 엘리스의 조언이 절대적이었다. 엘리스는 베켓에게 좀 더 많은 커브를 던질 것을 조언했고 베켓을 이를 충실하게 따랐다. (베켓은 류현진과 함께 다저스 투수 중 포수의 사인을 가장 존중해 주는 선발 투수다)
베켓의 커브 사용은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2007년부터 올 시즌까지 베켓이 던진 볼 중 31.57%가 포심패스트볼이고 23.25%가 싱커다. 속구가 54.82%에 이른다. 하지만 올 시즌을 놓고 보면 숫자가 달라진다. 포심 패스트볼 24.71%, 싱커 10.35%로 속구의 비중이 35.06%로 확 줄었다. 반면 커브의 사용비율은 전체 21.65%에서 30.66%로 9% 넘게 증가했다. 2007년 시즌에 커브 구사 비율이 8.9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물론 2013시즌 19.75%, 2012시즌 18.13%와 비교해도 10% 이상 커브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물론 커브의 위력도 좋아졌다. 2007년 -5.04에 불과했던 낙차(버티컬 무브먼트)비율이 올 해즌 -8.34에 이른다.  
26일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때도 커브의 위력은 빛났다. 베켓은 이날 자신이 던진 127개의 투구 중 39개가 커브 볼이었다.(스트라이크는 27개) 30.71%로 올 시즌 평균과 비슷하다. 3회를 마쳤을 때까지 투구수가 54개에 이르러 '잘 하면 6회까지'로 여겨졌으나 이후 커브를 중심으로 '맞혀 잡는 투구'가 효과를 발휘했다. 이후 8회까지 5이닝을 55개의 투구로 마쳤다. 노히트 노런을 목전에 둔 9회 투구수가 18개로 다시 늘었지만 4회부터 8회까지의 효과적인 투구수 안배가 노히트노런의 절대적인 힘이 됐다.  
특히 이날 커브는 구속이 71마일에서 77마일까지 다양하게 변화,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데 애를 먹게 하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사용하는 평범한 구질로 수술에서 재기에 성공하고 나아가 생애 첫 노히트노런까지 기록한 베켓의 올 시즌 활약이 주목된다. 베켓은 2011년부터 4년간 6,800만 달러에 다저스와 계약,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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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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