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번타자 정훈, 선구안 10배 좋아진 비결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6.02 06: 08

롯데 내야수 정훈(27)은 팀의 1번 타자 고민을 완벽하게 날려버리며 확고부동한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진화한 선구안이 있다.
정훈은 2일 현재 타율 3할2푼9리(164타수 54안타), 홈런 1개에 27타점 35득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출루율은 4할2푼8리로 무척 훌륭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만하면 그 어떤 톱타자와 비교해도 부럽지 않은 성적이다.
또한 정훈은 뜻깊은 프로야구 기록까지 세웠다. 정훈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투런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2볼넷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정훈의 활약 속에 롯데는 두산에 14-5로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정훈은 무려 13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 이 부문 프로야구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사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훈이 롯데 톱타자로 거듭날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이유는 선구안에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2011년 대타로 출전,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며 타율 3할3리(33타수 10안타)로 맞히는 재주는 있다는 걸 보여줬던 정훈이지만 2012년은 힘겨웠다. 78경기에 출전, 타율 2할에 그쳤는데 특히 시즌 볼넷이 3개 뿐이었다. 대신 삼진은 42번 당했는데, 무려 BB/K(볼넷/삼진)가 0.07이었다. 이는 2012년 1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그렇지만 올 시즌에는 선구안까지 확실하게 장착한 정훈이다. 삼진 34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 26개를 골라냈다. BB/K는 0.76으로 결코 나쁘지 않은 수치다. 보통 타자의 선구안을 확인하기 위해 쓰는 BB/K에 따르면 정훈은 2년 사이 이 값이 10배 넘게 뛰었다. 단순하게 말해 선구안이 10배 좋아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정훈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작년에도 정훈은 볼넷 30개, 삼진 53개로 확실히 좋아진 선구안을 보여줬었다. 선구안이 쉽게 좋아지는 건 결코 아니지만, 정훈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는 정훈의 선구안 향상 비결로 하체 강화를 꼽는다. 박 코치는 작년 마무리훈련 때부터 야수들의 하체와 골반 강화에 힘썼다. 하체가 강해야 장타력도 좋아지고 볼을 골라내는 능력까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코치는 "정훈이 확실히 하체가 좋아졌다. 훈련도 그만큼 열심히 했다"면서 "유인구가 들어와 방망이가 나가다가도 하체에 힘이 있으면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선구안 향상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편안한 마음"을 꼽는다. 사실 정훈은 2012년 팀 내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었다. 2011년 대타요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1군에 자리를 얻었지만, 2루에는 조성환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가끔씩 출전기회가 와도 무조건 치고 나가야한다는 욕심만 들었다. 주자가 있으면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갔고 큰 것을 노리게 되더라"고 말한 정훈은 "그래도 작년(2013년)부터는 경기 출전이 늘어가면서 공을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보통 수비력이 강조되는 2루 포지션이지만, 올해 각 구단 2루수들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무려 6명의 2루수들이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율 3할을 넘겼다. 정훈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2년 전 볼넷보다 삼진이 10배 많았던 정훈은 이제 누구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선수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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