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컵 도전사 ④] 첫 선제골과 오렌지 참사의 추억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6.09 06: 59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열리기 2년 전. 1996년 5월 31일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열린 집행위원회는 2002년 월드컵을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1993년부터 시작한 2002년 월드컵 유치 활동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다시 말해 반드시 4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야 할 필요가 생겼다.
차범근 감독이 이끈 한국대표팀은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큰 어려움 없이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아시아 지역에 배당된 3.5장의 본선 진출권을 위해 36개 아시아 국가가 예선에 참가했다. 3~4팀이 조를 이뤄 각조 1위를 가리는 1차 예선을 통과한 팀들이 2개조로 나뉜 최종 예선에서 각조 1위가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고 각조 2위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리팀은 본선 진출, 패한 팀은 오세아니아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한국은 태국, 홍콩과 함께 6조에 편성돼 3승 1무로 가뿐하게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2002년 월드컵의 주최국 자격으로 이미 5회 연속 본선행을 확정지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만난 한국은 최종 예선 B조에서는 6승 1무 1패로 일찌감치 1위를 확정, 프랑스행을 굳혔다. 유일한 패배는 이미 프랑스행을 확정지은 뒤 일본과 가진 홈경기에서 0-2로 패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도쿄에서 열린 일본과 3차전은 '도쿄대첩'으로 불리고 있다. 0-1로 뒤진 후반 38분 서정원의 헤딩 동점골에 이어 후반 41분 이민성의 중거리 역전슛으로 일본을 눌렀다. 일본은 플레이오프에서 이란을 3-2로 꺾고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 멕시코전- '첫 선취득점' 하석주의 백태클
한국은 네덜란드 멕시코 벨기에와 함께 E조에 속했다. 첫 상대는 통산 11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은 북중미 강호인 멕시코. 하지만 해볼 만하다는 전망이었다. 실제로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전반 28분 하석주가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켰다. 왼발로 강하게 찬 직접 슛이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며 골대 안으로 향한 것이었다.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선취 득점이었다.
그러나 고조된 분위기가 채 가라앉지도 않은 2분 뒤인 30분 하석주가 백태클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 대회부터 백태클을 엄하게 처벌한다는 FIFA의 강한 결의를 보여주듯 옐로카드 없이 레드카드가 바로 보여졌다. 결국 10명의 선수로 싸운 한국은 후반 6분 펠라에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어 후반 29분과 39분에는 에르난데스에게 잇따라 결승골과 쐐기골을 내주며 1-3으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 네덜란드전-‘오대영’ 참패로 차범근 감독 중도 경질
일주일 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두 번째 경기는 참패로 기록되면서 차범근 감독이 현지서 곧바로 경질되는 전대미문의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일방적인 네덜란드팬들의 응원 속에 경기에 나선 한국은 전반 38분 코쿠에게 선취점을 내줬고 4분 뒤인 전반 42분에는 오베르마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후반 26분 베르캄프에게 다시 1점을 내주며 사실상 전의를 상실한 한국은 후반 35분 반 호이동크, 후반 38분 데 부어에게 잇따라 실점, 0-5라는 참혹한 결과를 맛봐야 했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패한 이후 가장 큰 점수차 패배라는 현실을 직면해야 했다. 결국 현지에서 차범근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4년 뒤 4강 신화를 안긴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당시 네덜란드의 사령탑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 벨기에전-이임생의 눈물겨운 ‘붕대투혼’
차범근 감독 대신 김평석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나선 한국은 마지막까지 선전을 펼쳤다. 벨기에는 한국이 패한 네덜란드와 멕시코를 상대로 각각 0-0, 2-2로 무승부를 연출할 만큼 공격과 수비력을 동시에 갖춘 팀.
한국은 경기 시작 7분만에 닐리스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의 플레이가 살아났다. 후반 26분 하석주의 프리킥을 슬라이딩 슈팅으로 연결한 유상철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여러 차례 벨기에 문전을 위협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1무 2패. 이임생이 다쳐 눈 주위가 찢어지는 부상에도 붕대를 감고 뛰는 뭉클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경기였다. 결승전에서는 지단이 맹활약한 프랑스가 브라질을 3-0으로 꺾으며 우승컵을 안았다.
◆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출전 선수
▲ GK=김병지 서동명
▲ DF=홍명보 장대일 최영일 이민성 이임생 이상헌 김태영 장형석
▲ MF=유상철 하석주 최성용 김도근 이상윤 고종수 노정윤
▲ FW=서정원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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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전서 퇴장 당하는 하석주, 네덜란드전서 실점하는 김병지, 벨기에전서 동점골을 넣은 유상철(6번) 등이 김평석 감독대행에게 달려가는 모습(위로부터). /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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