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겸업에 대비하는 허경민의 자세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6.11 07: 00

두산 베어스의 1군 엔트리에는 외야수가 4명밖에 없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명이 선발 출장하면 백업은 장민석 하나가 전부다.
송일수 감독은 아직 외야수 하나를 늘릴 계획이 없다. 전문 지명타자인 홍성흔이 있는 상황에서 외야수를 하나 더 늘리면 내야 수비를 할 수 있는 백업선수가 2명밖에 없다. 송 감독은 “외야는 당분간 4명으로 간다. 외야수가 부족할 때는 허경민이 외야 수비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 내야수인 허경민은 1루를 제외한 내야의 전 포지션에서 수준급 수비를 보여주지만, 외야는 익숙하지 않다. 김진욱 감독 시절이던 2012년 외야수로 출전하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외야수로 나서지 않았다. 프로에서 외야수를 한 것도 2012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허경민은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점수 차가 좀 있는 상황에 나갈 텐데, 나가야 하는 상황이 주어지면 그 상황만 짧게 막는다는 생각이다. 팀 사정이 그렇다면 외야도 나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허경민은 주어진 환경 내에서 외야 수비를 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허경민은 외야 겸업의 긍정적인 면도 바라봤다. 외야수 활용이 가능해지면 출전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은 좋게 생각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허경민은 “그렇게 보면 좋은 점도 있다”고 말을 이었다. 두산의 백업 내야수 중 가장 빠른 발을 지닌 허경민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외야에서도 꽤 넓은 수비범위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내야수가 외야까지 동시에 보는 것은 전문성이 떨어지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는 벤 조브리스트(탬파베이 레이스)처럼 내, 외야를 넘나들며 4~5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도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한 시즌에 4~5개 포지션에 꾸준히 출장하는 선수를 보기는 힘들다. 조브리스트는 주 포지션이 2루수(통산 512경기)지만, 우익수로 314경기, 유격수로도 204경기에 나섰다.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1군 엔트리에 외야수가 4명 이하인 팀은 셋(두산, 롯데, LG)밖에 없었다. 가장 많은 외야수를 활용하는 팀은 KIA로, 1군에 외야수를 7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4명의 외야수로 시즌을 나는 것은 힘들지만, 두산은 김현수-정수빈-민병헌으로 이어지는 외야 주전층이 탄탄해 백업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다. 허경민에게도 외야수로 나갈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만일을 대비해 항상 준비는 되어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허경민은 적격이다. 허경민은 내야수 중 자신이 제 5의 외야수가 된 이유에 대해 “내가 조금이라도 어려서 그런 것 같다”고 단순하게 말했지만, 누구의 자리든 빈틈없이 메웠던 허경민의 모습이 송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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