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바뀐 NBA파이널 스케줄, 승부에 미칠 영향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6.14 06: 50

2년 연속 같은 팀, 같은 매치업. 하지만 스케줄은 달라졌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마이애미 히트가 맞붙은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마이애미 원정에서 2연승을 달린 샌안토니오는 3승 1패로 앞서며 우승을 예약했다. 작년과 달리진 점이 있다면, 상위 시드팀이 5차전 홈경기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2-2-1-1-1 시스템 도입은 사업적인 결정

NBA는 1985년부터 작년까지 파이널에서 2-3-2 시스템을 운영했다. 1984년 부임한 데이빗 스턴 총재는 레드 아우어벅 보스턴 셀틱스 감독의 불평을 받아들였다. 동서부 대표팀이 맞붙는 파이널은 지나치게 이동거리가 길어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이동에 문제가 많았다.
그렇다면 올해 NBA는 왜 2-2-1-1-1 시스템을 도입했을까. 2-3-2 시스템에서 홈팀이 이길 확률은 72.4%였다. 그런데 NBA는 2-2-1-1-1에서 홈팀 승률이 75.8%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상위시드팀이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5차전을 원정으로 치르면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울러 2-2-1-1-1에서 7차전에 갈 확률이 높았다. 흥행을 위해서 시리즈를 더 오래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
아담 실버 NBA 총재는 “2-2-1-1-1을 했을 때 시리즈가 더 오래간다. 이것은 곧 이익과 직결된다. 아울러 5차전을 상위시드가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내린 결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NBA는 이사회 투표를 통해 파이널에서 2-2-1-1-1을 도입했고 올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 결과 샌안토니오는 5차전 홈팬들 앞에서 우승할 기회를 잡았다. 
▲ 홈코트 어드밴티지, 왜 유리할까?
선수들은 스케줄 변화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1라운드부터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2-2-1-1-1로 경기해왔기 때문. 아무리 교통이 발달해도 장거리 이동이 잦아지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다만 두 팀의 조건이 똑같기 때문에 크게 불만도 없는 것.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홈코트 어드밴티지다. 파이널같이 큰 무대에서 홈팬들의 성원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마이애미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아레나에서 선수소개를 할 때 ‘불쇼’를 한다. 이 때 관중들의 목소리가 최고조에 이른다. 원정팀 입장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홈팀은 경기가 없는 날 익숙한 경기장에서 연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보통 홈팀은 오전에 간단하게 90분 정도 훈련을 한다. 이 때 훈련의 마지막 15분이 취재진에게 공개된다. 기자들도 그 때부터 출입이 가능하다. 가뿐하게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자유롭게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바로 스포츠카를 몰고 집으로 퇴근을 한다.
반면 원정팀은 훈련 첫 15분이 취재진에게 공개된다.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돌입하기 전에 취재진을 경기장에서 쫓아내야 하는 등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다. 코칭스태프는 취재진에게 전술이 노출되는 것을 대단히 민감해한다. 원정팀 선수들은 훈련 후에 단체로 호텔로 이동해서 자유가 없다. 원정팀 선수들은 '적'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시내를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선수들 컨디션에 영향을 준다.
올 시즌 샌안토니오는 마이애미 원정 3,4차전에서 평균 20점차로 상대를 박살냈다. 플레이오프 48경기 동안 연속패배가 없던 마이애미를 샌안토니오는 보란 듯이 짓밟았다. 이런 샌안토니오 앞에서 마이애미는 도저히 핑계를 댈 수가 없다. 보통 마이애미에서 히트를 이기는 것보다 샌안토니오에서 스퍼스를 이기는 것이 훨씬 어렵다. 샌안토니오 홈팬들이 훨씬 열성적이기 때문이다. 마이애미가 더욱 벼랑 끝에 내몰린 이유다.
▲ 취재하기 고달파진 NBA
데이빗 스턴이 처음 2-3-2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언론에서 취재하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했다. 2-2-1-1-1의 도입은 언론사 입장에서는 썩 반가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임박한 날짜에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구하더라도 훨씬 비싼 표를 사야 된다. 이런 이유로 올해 NBA는 파이널기간 일부 언론사에게 비행기표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물론 해외언론사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NBA파이널을 취재할 때 언론사는 동부 혹은 서부게임만 취재할 것인지 아니면 전부 따라다닐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 동부 출입증으로 서부게임 취재가 불가능하다. 또 모두 간다고 했다가 한쪽만 가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외국인 기자 입장에서 시리즈에 변수가 많으면 취재하기가 더욱 벅차다.  
 
지난 2012년 NBA 파이널을 취재할 때 일이다. 취재비가 부족해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열린 1,2차전을 포기했다. 대신 3차전 마이애미부터 두 팀을 따라다녔다. 당연히 시리즈가 최소 6차전 이상 갈 것으로 예상하고 마이애미에서 오클라호마시티행 비행기표와 호텔, 렌트카 등을 예약했었다.
그런데 케빈 듀런트의 부진으로 마이애미가 5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말았다. 결국 예약취소에 따른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물며 씁쓸하게 비행기표를 뉴욕행으로 바꿨던 경험이 있다. 당시 미국기자들도 케빈 듀런트를 엄청 원망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파이널 스케줄이 달라지면서 이런 상황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게 됐다.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갈 경우 두 개의 도시를 두 번이나 왕복해야 한다. 같은 이유로 팬들도 NBA 파이널 모든 경기를 다 따라다니며 관전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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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미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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