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 관전평]한국은 속공만이 살 길, 박주영은 조커로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4.06.18 10: 34

■ 한국-러시아(6월 18일, 쿠이아바)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러시아보다 나은 게 없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예상 외로 잘한 경기였다. 전반적으로 경기 운영이 괜찮았다. 최근 평가전과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인 데는 월드컵에 8회 연속 출전하고 있는 관록도 작용했다. 반면 12년 만에 월드컵에 출전한 러시아는 큰 대회 경험이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다.
전반 홍명보 감독의 전략은 좋았다. 패스미스도 거의 없어 볼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다만 후반 들어서는 공격적으로 나서며 속공을 많이 시도했어야 하는데 전반과 비슷한 양상이었던 점은 아쉽다. 그런 탓에 비록 이근호의 선제골이 터지긴 했지만 먼저 공격적으로 임한 러시아에 우리가 말려든 양상이었다.

물론 우리보다 이기고자 하는 의욕이 더 강했던 러시아도 보여준 게 거의 없었다. 전반에 우리 페이스에 끌려다녔음을 모를 리 없는 노련한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후반에 먼저 승부수를 던졌지만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다 선제골을 내준 뒤 교체 선수들을 통해 동점을 만드는 데 그쳤다.
양 팀이 마찬가지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날씨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반에 체력을 비축한 뒤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이 서로 같았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기성용 한국영 이청용이 미드필드에서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 좋은 찬스를 별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경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기성용은 쓸 데 없는 파울을 범해 옐로카드를 받아 플레이가 위축됐고 공격적인 패스도 나오지 않았다.
수비력을 평가할 때 전방과 미드필드 지역서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대인 방어가 미흡했다. 결국 동점골도 페널티 에어리어 내 혼전서 허용했고 코너킥 때도 상대를 놓치는 장면이 나왔다. 위험 지역에서는 자신의 포지션이 공격수든 미드필더든 수비수든 반드시 상대를 한 명씩 마크해야 한다. 홍정호가 부상 여파로 아직 훈련량이 부족한 탓에 경련을 일으켜 교체된 뒤 수비라인에 균열이 생긴 것도 숙제다.
10점 만점으로 한국 선수들 평점을 매긴다면 과감하고 위력적인 중거리슈팅을 선보인 구자철, 공격적 움직임이 돋보인 손흥민, 박주영 대신 교체 멤버로 들어가 상대 진영을 흔들며 행운이 따른 골까지 넣은 이근호에게 가장 높은 8점을 주고 싶다.
이어 평가전서 보였던 불안감을 씻은 정성룡, 한국의 취약 포지션으로 지적된 왼쪽 풀백 자리서 그런 대로 제 몫을 해낸 윤석영에게 7점, 기성용 이청용 한국영 홍정호 김영권 이용 황석호에게는 6점, 공격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던 박주영과 출전 시간이 짧았던 김보경에게는 가장 낮은 5점을 주겠다.
박주영은 플레이가 공격적이지 못하고 백패스가 자주 나오는 등 소극적이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공격적으로 볼을 잡고 공격적으로 돌파를 시도해야 하는데 아직도 경기 감각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부족해 보였다. 한국은 박주영이 골을 넣어야 팀이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러시아와 골을 넣고 비겨 16강에 오를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한국은 알제리와 2차전서는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추구해 반드시 승점 3을 챙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속공을 많이 펼쳐야 한다.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서 앞선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득점 기회를 속공에서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공격수들의 상태를 감안할 때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줄 필요도 있다. 전반에 파워 있는 공격수를 투입한 뒤 박주영은 후반에 조커로 기용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상대가 지쳐 있는 종반에는 김신욱 카드의 적극적 활용도 고려해야 한다.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겸 의정부 FC 감독
쿠이아바(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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