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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실패' 한국, 알제리전 완패는 우연 아닌 당연





[OSEN=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 허종호 기자] 상대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한국의 패배는 우연이 아닌 당연이었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안다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중국의 유명한 병법서인 '손자' 모공편에 나오는 글이다. 고대는 물론 현대의 전쟁, 그리고 일상 생활에까지 적용되는 유명한 글이기도 하다.

전쟁처럼 전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축구에서도 '지피지기백전불태'는 유효하다. 당장 23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한국과 알제리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지피지기백전불태'의 위력이 드러난 경기였다. 자신과 한국을 잘 파악한 알제리는 완승을 거두었고, 자신도 모르고 알제리도 모르는 한국은 완패를 당했다.

▲ 5명을 바꾼 알제리의 선발 명단

알제리가 아닌 입장에서 보기에는 지난 1차전의 선발 명단에서 5명이나 바꾼 것은 모험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4-1-4-1 포메이션 중 공격의 비중이 큰 원톱과 2선의 5명 중 소피앙 페굴리(발렌시아)를 제외한 4명이 바뀐 만큼 깜짝 선발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러시아전과 선발 명단이 같았다. 알제리로서는 한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알기가 너무 쉬웠다.

깜짝 선발은 알제리의 개개인에 대한 전력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한국에는 치명타가 됐다.홍명보 한국 감독은 "당황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2-4의 결과는 한국이 알제리의 변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홍 감독도 "결과적으로 전력 분석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그리고 알제리에 대한 전력 분석의 차가 무승부와 패배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 수준 파악 못했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6월 랭킹은 57위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개국 중 31위로, H조의 최약체다. 하지만 행보는 최약체가 아니었다.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제대로 하고..."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했다. 홍 감독은 알제리에 패배한 이후에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려고 했는데..."라고 했다. 기복만 없다면 어느 팀이라도 상대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알제리는 달랐다.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은 경기 전날 "경기 마다 전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상대에 따라 우리는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는 브라질과 같은 팀이 아니다. 브라질은 상대를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만 하면 되지만 우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출전국의 수준이 다르다는 뜻이었다. 월드컵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혹은 아시안컵처럼 자신들이 선도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했던 셈이다.



▲ 변화 없으면 포기나 마찬가지

변화가 없으면 발전은 커녕 쇠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제리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벨기에도 알제리처럼 한국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한국이 2차전과 같이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먹을 준비가 된 호랑이 입으로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홍 감독이 강조하는 "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세계 일류 선수가 즐비한 벨기에에 통할 지는 미지수다. 벨기에는 아시안컵에서 볼 수 있는 중동 혹은 동남아시아 수준의 팀이 아니다.

알제리전을 보면 변화가 해결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러시아전과 똑같은 선수들로 나선 전반전에 한국은 단 한계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위협적인 공격에서 11-16, 점유율에서도 47-53으로 열세였다. 그러나 실점 이후 선수 교체를 시행한 후반전에는 전반전과 전혀 다른 경기 내용을 보였고, 경기가 끝났을 때에는 슈팅 9-15, 위협적인 공격 45-34, 점유율 53-47%를 기록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0-3이던 스코어는 2-4로 변해있었다. 내용과 결과를 전반전과 후반전을 따로 놓고 봤을 때 전반전은 실패, 후반전은 성공이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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