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路 결산] 소집부터 꼬였던 WC 준비, 결과까지 꼬일 수밖에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6.28 18: 00

시작부터 꼬인 매듭은 결국 끝날 때까지 풀지 못했다.
한국의 월드컵이 끝났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했던 한국은 1무 2패(승점 1)로 H조 최하위에 기록돼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던 한국은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16강 탈락이다.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 1무 2패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기록한 최악의 성적이다. 결과가 이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시작과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소집 후 13일이 지나고 나서야 모두 모인 대표팀

'시작이 반이다'는 말이 있다.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황제훈련', '의리 엔트리' 등 여러 논란 속에 선발된 대표팀은 선수들이 예정되로 소집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5월 12일에 소집된 대표팀은 윤석영(퀸스 파크 레인저스)이 합류한 25일이 되서야 23명이 모두 모였다.
하지만 윤석영의 합류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28일 튀니지전에서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발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발목 부상이 있던 김진수(호펜하임)가 회복이 늦어지는 바람에 29일 박주호(마인츠)로 대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 꼬이기 시작한 팀 훈련, 황열병 부작용 발생
23명이 모두 모여 하는 훈련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가진 첫 훈련에서 홍정호는 치료와 재활에 매진했고, 박주호는 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몸 상태를 끄어 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설상가상 다수 선수들의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진 탓에 5일에는 훈련을 취소하고 전원 휴식을 취하게 됐다. 4일 훈련에 기성용과 이범영이 감기 증상을 호소한 데 이어 이청용과 이용, 지동원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황열병 예방 접종의 후유증이었다. 당초 대표팀은 황열병 예방 접종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브라질 대부분을 황열병 예방 접종 권장 지역으로 설정하고 정부에서도 권고한 탓에 부랴부랴 미국 출국 당일에 선수들이 접종을 하게 됐다. 이 때문에 한창 체력과 컨디션을 끌어 올릴 시기에 부작용을 겪게 됐다.
▲ 부족 했던 전술 훈련 기간, 1승 제물에 1승 헌납
23명의 선수가 모두 모여 팀 훈련을 실시하게 된 것은 6일부터였다. 대표팀이 소집을 실시하고 26일이 지나서였다. 대표팀은 이 때부터 본격적인 공격 전개와 세트피스 등 전술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월드컵 첫 경기까지 불과 12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12일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았다. 첫 상대였던 러시아전에 올인을 선언했음에도 결과는 무승부였다. 대표팀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그러나 2차전 상대인 알제리를 만나면서 만족감은 산산조각이 났다. 올인을 했던 러시아전과 다르게 준비가 미흡했던 알제리전에서 대표팀은 알제리의 변칙에 대응하지 못하고 2-4로 완패했다.
월드컵 조추첨 이후 '첫 승 제물'이라고 얕잡아 보고 분석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알제리에 완패하면서 한국은 크게 흔들렸다. 특히 미국 전지훈련에서부터 중점을 두었다던 수비진의 붕괴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무너뜨렸다. 고개를 들지 못한 한국은 10명이 뛴 벨기에를 상대로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0-1로 패하며 16강 진출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 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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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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