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악조건 극복한 류현진, 에이스 향기난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7.03 07: 09

류현진(27,LA 다저스)은 대한민국 에이스 투수다. 한화 이글스에서 부동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국가대표 경기가 있을 때마다 가장 중요한 경기는 류현진의 몫이었다.
그래도 아직 류현진을 '다저스 에이스'라고 부르기에는 시기상조다. 팀에 따라서 류현진이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을수도 있겠지만 다저스는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투수진을 갖춘 팀이다.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 조시 베켓, 댄 하렌 모두 현재 혹은 과거 에이스 소리를 들었던 투수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에이스'라는 칭호에 자격요건이 필요한 건 아니다. 팀 투수들 중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를 보통 에이스라고 부르지만, 트럼프에는 스페이드부터 클로버까지 모두 4개의 에이스가 있다. 그리고 류현진은 다저스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에이스 투수로 활약할만한 기량과 정신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 선발로 등판, 7이닝을 7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다. 타석에서는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올 시즌 처음으로 멀티히트에 귀중한 타점까지 올렸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류현진은 10승 달성을 눈앞에 뒀지만 8회 브라이언 윌슨의 블론세이브로 승리를 날려버렸다.
비록 류현진은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경기내용 만큼은 에이스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이날 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류현진은 선발투수로서 100% 자기 몫을 해내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류현진은 4회 라이언 레이번에게 선제 투런포를 허용했다. 그러나 5회말 2사 1루에서 본인이 직접 1타점 2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상대 선발 트레버 바우어를 흔들었고, 다저스는 볼넷 2개와 안드레 이디어의 2타점 적시타를 묶어 경기를 뒤집었다.
4일 휴식일을 가졌을 때보다 5일을 쉬었을 때 성적이 좋은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이후 4일의 휴식일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현지시간 오후 12시 10분에 시작됐는데 사실상 류현진은 3일하고도 절반만 쉬고 마운드에 오른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최고 93마일(약 149km)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타자들을 압도했다.
게다가 돈 매팅리 감독은 이날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야 부상이라고 하지만 아드리안 곤살레스, 야시엘 푸이그, 후안 유리베 등 주전선수들이 모두 휴식일을 가졌다. 경기 전 매팅리 감독은 "이기기 위한 라인업"이라고했지만, 트리플A 수준의 선수들이 다수 포진된 다저스 라인업은 확실히 무게감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자신의 왼 어깨로 팀을 승리 직전까지 이끌었다. 매팅리 감독이 주전 선수들을 빼고 경기를 시작한 건 '이기면 좋고, 져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수비에서 실책이 범람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류현진은 제 몫을 충분히 했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에게 잘못이 있다면 실점을 했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7이닝 3실점을 해도, 7이닝 2실점을 해도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시즌 10승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다음 번에는 류현진이 직접 끝까지 던지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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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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